알츠하이머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를 27% 낮추는 신약 ‘레켐비’가 연내 국내에서 상용화될 전망이다. 미국에 이어 일본·중국에서도 허가가 이뤄진 만큼 한국에서도 상용화가 유력하다는 평가다. 치매 위험도를 35%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난 ‘도나네맙’도 국내에서 임상 3상이 시작되면서 2~3년 내에는 초기 치매 치료 시장이 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에자이와 바이오젠코리아의 레켐비(레카네맙)의 시판 허가를 위한 최종 심사를 진행 중이다. 통상 신약에 대한 품목허가 심사는 1년 내외가 걸리는 만큼 지난해 6월 에자이가 품목허가를 신청한 레켐비는 이르면 상반기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지난해 레켐비에 대한 품목허가 이후 처방이 이뤄지고 있어 국내 허가도 무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에 대한 국내 임상 3상도 4월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15개 병원에서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18개월간 투약이 이뤄진다. 업계 관계자는 “연내 레카네맙 국내 승인 및 도나네맙 3상 투약 개시에 따른 치매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며 “치매 진단과 위탁생산(CMO) 시장도 함께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작용과 신약 가격은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도나네맙과 레켐비 등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모두 뇌 신경세포 기능을 방해하는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단백질 덩어리)에 작용한다. 도나네맙은 존재하는 플라크를 제거하고 레켐비는 플라크 생성 전에 아밀로이드에 작용해 플라크가 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아밀로이드 단백질에 약이 작용하는 과정에서 면역반응이 유발되고 면역반응 때문에 뇌에 염증이 생기는 부작용이 있다. 도나네맙의 임상 3상에서는 37%가 뇌 부종, 뇌 미세출혈 증상을 겪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달 말 결정하기로 했던 도나네맙 승인 여부를 몇개월 연기하고 안전성을 검토하기 위해 외부 자문위원회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품목허가를 받아도 국내 첫 치매치료제인 만큼 정부는 약가 책정에 고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 레켐비의 연간 약가는 약 3500만 원, 일본에서는 2700만원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최대 공보험인 메디케어를 적용하고 일본 후생노동성도 보험적용을 하기로 했다. 국내 치매 환자는 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현존하는 치매치료제가 악화된 질환을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치료가 가능한 초기 치매 환자와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이를 뛰어넘는다. 향후 급여권 진입을 위한 환자 규모 산정과 적정 약가에 대해 제약사와 정부가 협상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치매치료제 개발이 한창이다. 아리바이오는 ‘먹는 치료제’로 복용 편의성과 복약순응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AR1001에 대한 임상 3상이 시작됐으며 한국에서도 환자를 모집 중이다. 영국에서도 최근 임상 3상이 승인됐다. 젬백스(082270)앤카엘은 미국과 스페인 등에서 저분자성 치매 신약 후보 ‘GV1001’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해당 물질의 국내 개발은 삼성제약이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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