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4·10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공천을 거의 마무리하고 주요 공약을 발표하는 등 선거전에 본격 돌입했다. 그런데도 건전한 정책 경쟁은 찾아보기 어렵고 상대 정당에 대한 비난과 공격만 일삼는 정쟁만 가열되고 있다. 특히 각종 비리 혐의자들이 주도하는 신당들이 공공연히 ‘정치 보복’을 내세우고 있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12일 비례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한동훈 특검법’ 발의를 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조 대표는 특검법 대상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딸의 논문 표절 의혹도 포함시키자고 주장했다. ‘피고인 방탄당’으로 불리는 조국혁신당이 검찰 수사에 대한 보복과 개인적인 한풀이에 주력하고 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구속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옥중 창당한 ‘소나무당’도 ‘정치 검찰 해체’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양대 정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최근 각각 ‘거야(巨野) 심판론’과 ‘정권 심판론’ 띄우기에 열중하고 있다. 양당이 그나마 제시한 10대 공약도 대부분 퍼주기 선심 정책이다. 미래 성장 동력 점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주요 공약은 아빠 출산휴가 1개월 의무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경로당 주 7일 점심 제공 등이다. 민주당은 기본주택 100만 가구 공급, 전세사기 선(先)보상, 출생기본소득 지급 등을 내걸었다. 공약 내용도 빈약한 데다 실질적인 재원 마련 방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조국혁신당이 공개한 8개 강령 중에는 ‘대학 입시 등에 지역별·소득별 기회 균등 선발제’가 명시돼 있다. 입시 비리로 유죄판결을 받은 조 대표의 ‘내로남불’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어느 때보다 미래 경제 성장에 대한 비전과 정책 제시가 시급한 상황이다.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전쟁이 가열되고 있지만 한국은 장기 저성장의 터널에서 벗어나기 위한 뾰족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글로벌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여야 정치권부터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 방안을 놓고 생산적인 정책 토론을 벌여야 한다. 그런데도 상대 정치 세력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며 심판론과 보복론을 놓고 싸움만 하는 정치권을 그대로 놓아둘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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