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 예산 중 국고보조 사업 비중이 89.4%에 달할 정도로 지자체의 재정 취약성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지방자치단체 복지비 산출과 결과 활용을 위한 기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지자체 사회복지 예산 규모는 총 88조 5000억 원이며 그중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는 사업 예산이 79조 1000억 원에 달했다.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023년 기준 50.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지자체들이 표를 얻기 위한 선심 정책 추가 등으로 복지 사업을 늘리는 바람에 지난해 지자체의 전체 사회복지 예산이 100조 원을 돌파했다.
특히 현금 살포성 복지 사업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도는 2018년 3년 이상 경기도에 거주 중인 만 24세 청년들에게 1인당 연간 100만 원씩 지역화폐를 주는 사업을 도입했다. 지난해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라이더들에게 1인당 연간 120만 원씩 지급하는 ‘배달 노동자 안전 기회소득’까지 추진해 논란을 샀다. 전북 순창군은 지난해 8%대의 재정자립도를 기록했음에도 2~6세 아동에게 매달 10만 원씩 주는 ‘아동행복수당’ 사업을 추진했다. 재정자립도가 14%대인 충남 보령시도 지난해부터 49세 이하 탈모증 환자에게 1인당 최대 2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 중구는 지난해 11월부터 고령층에게 택시비·버스비 명목으로 매월 2만 원씩 주고 있다.
4·10 총선을 앞두고 이뤄지는 선심 정책 남발은 재정 건전성을 한층 위협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영호남권 일부 도당 위원장들은 인구소멸 지역 읍·면 주민들에게 매달 각각 15만 원, 10만 원씩 지급하는 공약을 내놓았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일부 후보는 첫아이 출산지원금 1000만 원 지급을 약속했다. 무리한 현금 지원 사업으로 늘어난 재정 적자는 세금으로 메워야 하므로 그 부담은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 후보들은 지방재정을 더 악화시키는 포퓰리즘 공약 경쟁을 멈춰야 한다. 정부도 선심 정책으로 적자를 키우는 지자체에는 교부금 삭감 조치 등을 취해 지방의 재정 누수를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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