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 현재 생산 거점을 두고 진행되고 있는 텍사스주에 대한 투자를 추가로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 전략에 적극 호응해 삼성이 현지 투자를 확대·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14일(현지 시간) 사안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지난해 시행한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삼성전자에 보조금을 60억 달러 이상 지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 보조금을 통해 삼성전자가 이미 발표했던 텍사스주 공장 건설 계획 외에 추가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하도록 돕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협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미 신규 투자에 대해 미국 상무부와 삼성전자 간에 상당히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졌으며 막바지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도체지원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을 건설하는 기업에 생산 보조금으로 프로젝트 자본 지출의 최대 15%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애리조나주에 400억 달러를 투자 중인 TSMC의 경우 상무부가 5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투자금의 12.5% 수준이다. 해당 금액에 직접 보조금 외에 대출 지원이 포함되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보조금이 TSMC보다 10억 달러가량 많은 60억 달러 이상으로 논의되는 배경에는 삼성전자가 미국 내 투자 규모를 추가로 확대해야 하는 점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 기존 반도체 공장이 있는 텍사스 오스틴 인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지난해 급격한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공사비가 250억 달러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미 상무부와의 이번 협상에서 미국 내 제3의 지역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보다는 오스틴과 테일러 등 기존 투자 지역에 자금을 추가 투입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협상에 정통한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현지 반도체 업체와 해외 업체들이 동일한 수준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가 최근까지의 협상 쟁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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