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고의 노력 끝에 원하는 기업에 입사한 1년 차 박 사원(28)은 그동안 취업을 준비하느라 소홀했던 건강관리를 위해 퇴근 후 사내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운동에 문외한이던 박 씨는 점차 근력운동에 재미를 붙였다. 종종 점심시간에도 헬스장을 찾곤 했는데 전문적인 지도없이 운동을 강행한 탓인지 전에 없던 근육통에 시달렸다. 며칠이 지나도 통증이 줄어들지 않더니 평소보다 중량을 높여 스쿼트를 한 이후 허리 통증이 부쩍 심해졌다. 며칠 운동을 쉬어도 봤지만 재차 운동에 나서자 통증 주기가 점점 잦아졌고 때론 다리가 저리기도 했다. 고민 끝에 병원을 찾은 박씨는 무리한 운동으로 인해 허리디스크가 진행 중이라는 소견을 듣고 크게 놀랐다.
일명 ‘젠지(Gen Z)’라고 불리는 Z세대 신입사원의 사회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Z세대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지칭하는 단어다. 다양성과 개성을 추구하는 Z세대는 직장에서 업무를 대하는 관점 측면에서도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특징을 보인다. 직장관 또한 이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변화하는 추세다. Z세대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복지’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다. 국내 한 구인·구직 업체가 Z세대 취업준비생 17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62%가 급여보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신체·정신적 건강을 위한 복지제도’를 원한다는 응답은 90%에 달했다. 흥미로운 건 복지제도 중 '영양제나 운동시설 제공'을 희망하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이처럼 ‘건강에 진심’인 젊은 세대의 사회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기업들은 사내 헬스장을 운영하거나 운동비를 지원하는 등 각종 복지제도를 신설하고 있다. 지난해 한 대기업이 사내 헬스장을 열자 1500여 명의 신청자가 몰려들었다고 한다. 국회에서 헬스, 필라테스 등의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에게 특별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법안이 발의된 데서도 건강에 관심을 갖는 직장 문화가 크게 확산 중임을 실감할 수 있다.
유행처럼 퍼지는 운동 열풍에 휩쓸리다 보면 각종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박 사원처럼 전문적인 지식 없이 무리하게 운동에 임할 경우 더욱 위험이 커진다. 척추는 운동 중 많이 다치는 부위 중 하나다. 장시간 앉아 일하는 직장인들 중 상당수는 이미 척추의 압력이 높아져 있을 수 있으므로 운동 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스쿼트, 데드리프트 등의 중량운동을 잘못된 자세로 수행하거나 강도를 과도하게 높여 진행하면 척추 등 근골격계가 손상될 수 있다. 따라서 운동 중 허리 통증이 느껴진다면 휴식을 취하며 증상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허리에 뻐근한 통증과 함께 다리가 저리는 하지방사통이 동반된다면 척추 뼈 사이 위치한 디스크(추간판)가 손상돼 나타나는 ‘허리디스크’일 확률이 높다. 허리디스크는 치료 시기가 늦을수록 예후도 좋지 못하다. 만약 증상이 일주일 이상 지속된다면 적극적으로 진료에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마비나 대소변 장애를 동반한 중증 허리디스크를 제외한 대부분의 허리디스크는 수술 없이도 치료가 가능하다. 한의학에서는 비수술 치료법으로 추나요법,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 한의통합치료를 시행한다. 추나요법은 틀어진 척추와 관절을 바르게 정렬해 척추 및 주변 조직의 기능을 정상화한다. 침치료는 경직된 근육을 이완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도록 돕는다. 약침치료는 한약재 유효 성분을 환부에 직접 주입하므로 염증 및 통증을 신속하게 줄이고, 손상된 조직을 회복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한약을 함께 복용하면 척추와 주변 근육, 인대 등을 강화해 디스크 질환의 재발을 방지하고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허리디스크에 대한 한의통합치료의 효과는 SCI(E)급 국제학술지 ‘헬스케어(Healthcare)’에 게재된 자생한방병원의 논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자생한방병원 연구팀이 허리디스크 환자 152명을 대상으로 한의통합치료 전후 경과를 살핀 결과 통증 정도를 숫자로 평가하는 NRS 점수가 입원 시 5.4에서 퇴원 시 2.68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허리 기능의 장애 정도를 평가하는 ODI 점수 기준으로도 중등도 이상의 장애 수준(46.39)에서 낮은 장애 수준(28.93)으로 개선됐다. 운동에 관심을 기울이며 건강한 직장생활을 이어가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다. 하지만 섣부르게 운동에 임하면 되려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의 날들이 더욱 기대되는 Z세대 직장인 모두 건강 걱정 없이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치길 기원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