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추진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개원의들이 반발하면서 야간·주말 진료를 축소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집단 사직한 전공의에 이어 최근 전국 20개 의대 교수들도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가운데 이 같은 집단행동이 개원의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산부인과 전문의)과 집행부는 이날 서울에서 열린 학술 세미나에서 최근 의료현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공유했다. 개원의협의회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협의회로, 동네 병의원을 개원해 운영하는 의사들의 모임이다.
김 회장은 공유된 대응 방안과 관련해 "아직 협의회 차원에서 결정한 사안은 없고, 집단 휴진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개원의들 사이에 토요일이나 야간에 진료하지 않고 주 5일 40시간 근무하는 '준법 진료'를 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병원을 떠나겠다고 얘기하고 있으니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내부 지침을 세운 건 아니고, 개원가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원의협의회는 야간과 주말 진료를 줄이는 '준법 진료'를 고민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부분의 개원의는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진료 시간은 각 의원에서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야간과 주말 진료를 줄일 경우 법적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복지부는 병의원의 야간 및 휴일 진료를 강제하지 않고, 야간이나 휴일에 진료할 경우 수가를 가산하는 식으로 보상을 강화해 제공하고 있다. 개원의협의회는 병원을 떠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전공의들에 합법적인 지원을 해줄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전공의와 의대 교수에 이어 개원의들마저 집단행동에 가세할 경우 '강대강'으로 치닫는 의정 갈등이 한층 악화할 전망이다.
오는 20일 예정된 대한의사협회(의협) 선거에서 차기 회장이 선출되고 이후 새로운 집행부가 꾸려질 경우 의정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도 있다.
의협 회장 후보는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겸 의협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박인숙 전 국회의원,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 지부 대표 등 다섯 명이다.
이 가운데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후보는 정 대표뿐이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의협의 집단행동 향방이 결정될 수 있어 의료계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후보 중 임 회장은 당선 시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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