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노골적으로 상식과 원칙을 흔드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막말 파문을 일으킨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에 대해 “표현의 자유”라며 감쌌다. 양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해 “실패한 불량품”이라고 비난해 논란을 빚었다. 이 대표는 16일 기자회견에서 “안 그래도 입이 틀어 막혀 못 살겠는데 표현에 대해 가급적 관대해지자”고 두둔했다. 당 대표가 변호에 앞장서니 막말 인사 공천 배제를 공언했던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원칙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김우영 서울 은평을 후보가 지난해 12월 경선 상대였던 강병원 의원 등을 겨냥해 “비겁자들의 대가리를 뽀개버리자”고 말했으나 민주당 공관위는 이를 제보받고도 김 후보를 공천했다.
여권에서도 설화가 잇따랐다. 도태우 대구 중·남 후보와 장예찬 부산 수영 후보가 각각 5·18민주화운동 폄훼, ‘난교’ 발언 논란으로 최근 공천 취소 결정을 받았다. 그런 와중에도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최근 기자들과의 식사 도중 과거의 ‘기자 회칼 테러 사건’ 등을 거론해 파문을 일으킨 뒤 뒤늦게 사과문을 냈다.
조국혁신당이 15일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자 20명 명단에는 비리 혐의로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피고인들이 다수 포함됐다. 비례대표 당선권에는 자녀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대표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황운하 원내대표 등이 들어 있다. 당 지도부 스스로 ‘금배지’ 당선권에 자신들의 이름을 넣자 “국민 눈치를 보지 않는 셀프 비례 공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극단적 대립 정치에 매몰돼 상식과 공정·법치를 무시하는 정치권의 폭주는 정치 냉소주의와 국론 분열을 더 키우고 있다. 공정과 상식에 민감한 20대 청년층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조국혁신당에 대해 0%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인 것은 정치권의 궤도 이탈에 대한 준엄한 경고다. 정치권이 자신들의 과오를 스스로 반성하고 통제하지 못한다면 현명한 유권자들이 엄중히 심판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정치를 정상화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