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이 중국에 대한 반(反)덤핑 조사에 나섰다. 브라질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로 묶인 대표적인 친(親) 중국 국가지만, 저가로 밀려드는 중국산 수입품에 자국 산업의 피해가 커지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는 업계 요청에 따라 최근 6개월간 철강과 화학 물질, 타이어 등 최소 6개 분야에서 반덤핑 조사를 진행했다. 브라질의 이번 조치는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이 부동산 부문의 둔화와 내수 부진으로 과잉 생산에 빠지면서 전 세계가 중국발 수출 홍수에 대비하는 시점에 나온 것”이라고 FT는 설명했다.
브라질의 핵심 수출품인 철광석은 대표적인 피해 품목으로 꼽힌다. 브라질의 중국산 철강 및 철광석 총 수입액은 2014년 16억 달러에서 지난해 27억 달러로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브라질 대형 철강 생산업체인 CSN은 이달 초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중국산 특정 유형의 탄소강판 수입이 85% 가까이 증가했다”며 반덤핑 조사를 요청했다. 브라질 산업부는 약 18개월이 소요되는 조사에 착수하면서 “중국에서 브라질로 수출하는 제품에 대한 덤핑 관행과 이로 인한 국내 산업 피해를 보여주는 충분한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화학 물질과 타이어도 최근 산업부가 별도의 조사에 들어갔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중국으로부터의 화학제품 수입이 부피 기준으로 2000%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타이어 수입은 2300만 개에서 4700만 개로 100% 이상 증가했으며 이 중 약 80%가 중국산이었다.
브라질 화학산업협회의 안드레 파소스 코데이로 회장은 “지난해 국가 화학 산업 역사상 가장 엄중한 상황을 목격했다”며 “우리는 수입 관세 인상이 (중국의) 약탈적인 작전과 싸우고 국내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규제 수단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브라질의 이 같은 조치가 실효를 거둘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브라질 역대 첫 3선 대통령이 된 뒤 산업 정책을 경제 전략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는 물론, 브라질의 국가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대통령에게 무역 갈등은 딜레마가 될 수밖에 없다. FT는 “브라질은 최대 무역 파트너이자 철광석, 대두 같은 상품의 주요 구매국인 중국과의 대립을 피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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