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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입양 40년 만에 가족 찾은 실종자… 극적 상봉의 비결은

5세 때 집 나갔다 실종… 미국으로 입양

가족 찾기 위해 수차례 한국 왔지만 허탕

'해외입양인 유전자 검사'가 결정적 역할





5세에 실종돼 미국으로 입양된 아들이 40년 만에 친모 등 가족들과 극적으로 상봉했다. 이번 상봉에는 정부가 지난 2020년부터 시행해 온 유전자 검사 제도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경찰청·재외동포청·아동권리보장원 등 관계부처들은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검사제도’를 통해 40년 전 실정돼 미국으로 입양된 박동수(Benzamin Park, 79년생, 미국 일리노이주 거주)씨와 친모 이애연 씨(41년생) 등 가족들이 상봉했다고 밝혔다. 이는 유전자 검사 제도 시행 이후 해외입양인과 한국의 가족이 상봉한 다섯 번째 사례다.

이 씨는 1980년 박 씨 등 4남매를 경남 김해의 큰집에 맡겼는데, 1984년 당시 5세였던 박 씨는 어머니를 찾겠다며 집을 나섰다가 실종됐다. 박 씨는 실종 이후 보호시설과 입양기관을 거쳐 1985년 미국으로 입양됐다.

미국 대학교 3학년 재학생 시절인 2001년 박 씨는 헤어진 가족을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입양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를 찾아 입양기록 등을 확인했지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지 못한 채 미국으로 귀국했다.

이후 박 씨는 2012년 재입국해 계명대학교 어학당을 다니던 중 유전자 검사를 통한 가족 찾기에 도전하며 담당 경찰서를 방문헤 유전자를 채취했다. 그러나 4년간 유전자가 일치하는 사람을 찾지 못해 2016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가족을 찾고 싶어하는 것은 박 씨 뿐만이 아니었다. 박 씨의 친형인 박진수 씨는 2021년 10월께 ‘실종된 두 남매를 찾고 싶다’며 실종 신고를 했고, 모친 이애연 씨의 디엔에이(DNA)를 채취했다.

이들의 노력은 2022년 8월 ‘박 씨와 이 씨가 친자관계일 가능성이 크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이 나오며 결실을 맺는 듯 했다.



그러나 박 씨는 미국에 거주하는 데다 2012년 계명대 어학당 재학 시 사용했던 전자메일 주소 외에 남은 연락처가 없어 소재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제주경찰청은 미제수사팀으로 사건을 이관해 집중 수사를 벌인 결과, 박 씨의 미국 내 과거 거주지를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청은 주 시카고 대한민국 총영사관과 협조해 박 씨의 최종소재지를 파악,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2차 감정 결과에 따라 올해 2월 이 씨의 친자임을 최종 확인했다.

결국 이날 박 씨와 한국 가족들은 40년 만에 상봉했다. 상봉식은 당장 입국이 곤란한 박 씨가 ‘화상으로라도 먼저 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이 씨가 현재 입소중인 요양 시설에서 화상으로 진행됐다.

아동권리보장원은 경찰청과 함께 이번 상봉식을 지원하고, ‘실종아동 등 사후관리 지원 사업’을 통해 가족들의 상봉 이후 행정절차・비용 및 심리상담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박 씨는 “가족을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주신 경찰, 영사관, 아동권리보장원에 깊이 감사드린다”라며 “지금도 한국의 유전자 검사제도를 모르는 해외입양인들이 많은데, 나의 사례를 널리 알려 유전자검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친형 박진수 씨도 “하루빨리 동생을 찾을 수 있게 해달라며 날마다 기도했는데, 유전자검사 제도 덕분에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라며 “아직 찾지 못한 여동생(박진미)도 찾을 수 있도록 희망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유전자 분석 제도는 첨단 유전기술을 통해 장기실종아동 등을 신속하게 발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로서, 이번 사례가 더 많은 실종아동을 찾게 되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라며 “앞으로도 경찰은 장기실종아동 발견을 위해 유전자검사 고도화 등 다양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강구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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