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활 균형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서 한국 청년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출산과 육아를 포기하고 장시간 노동을 하거나 출산과 육아를 위해 노동시장을 떠나는 것이다.”(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정부가 저출생 해결을 위해 청년이 일과 생활에서 ‘실질적인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경제·문화의 변화가 뒤따른다. 단순한 출산과 육아 제도 개선과 확대로는 근본적인 저출생 해결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손 연구위원은 18일 고용노동부가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연 일·생활 균형 정책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서 “지금의 사회·경제·문화적 제약 속에서는 청년들이 일하면서 경력을 쌓고 가족을 만드는 미래를 그릴 수 없다”고 이 같이 말했다.
손 연구위원은 일·생활균형 관점에서 저출산의 원인을 두 가지로 봤다. 여성의 경우 교육 환경이 나아지고 일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면서 가족 계획도 그만큼 늦어지고 있다. 다른 원인은 여성이 경직적인 근로관행에서 벗어나 일·생활 균형을 맞출 시간이 부족하다.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처럼 지금도 다양한 지원제도가 있지만 성별, 기업규모별, 고용형태별 사용실적은 큰 차이를 보인다. 작년 유연근무제 활용률은 남성과 여성이 각각 17.1%, 13.9%에 그쳤다. 게다가 유연근무제는 주로 대기업이나 정규직 근로자가 활용했다.
손 연구위원은 유연근무제가 일·생활 균형을 위해 효과적인 제도라고 평가했다. 이 제도의 확대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해다. 스웨덴의 경우 여성 중심이던 돌봄 문화에 남성이 참여하는 문화를 구축했다. 또 정부가 근로시간을 현재보다 줄이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손 연구위원은 강조했다.
손 연구위원은 “일과 돌봄을 병행할 수 있는 근로시간이 운영되려면 근로시간을 줄이고 촘촘한 돌봄서비스 제공이 이뤄져야 한다”며 “현 노동시장의 구조와 문화, 제도가 함께 개선돼야 유연근무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정식 장관은 이날 세미나 인사말에서 “저출생 해법은 현장에 발을 딛고 과거의 사고방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정책이어야 한다”며 “저출생 극복을 위해 어떠한 시도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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