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19일 -0.1%인 단기 정책금리를 0~0.1%로 인상했다.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의 금리 인상으로 2016년 2월 이후 8년 만에 다시 ‘금리 있는’ 시대에 돌입하게 됐다.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의 종료를 뜻하는 것으로 사실상 ‘잃어버린 30년’ 탈출 선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엔저 등으로 기업 실적이 호전되고 일본 정부가 임금 인상 유도 등을 통해 장기 디플레이션 극복에 총력전을 기울인 덕분이다. 특히 미중 전략 경쟁을 틈타 막대한 보조금과 규제 완화를 통해 해외 첨단 기업을 유치하고 반도체 등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한국은 ‘차이나 엑소더스’ 수혜 기회를 걷어차고 있으니 안타깝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조차 답답했는지 글로벌 기업들의 ‘탈(脫)중국’이 한국에는 아시아의 비즈니스 허브가 될 절호의 기회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최근 암참이 800여 개 회원사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싱가포르에 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부를 두고 싶은 국가 2위에 올랐다. 낮은 생활비, 한류 문화, 교육 여건 등이 매력적이고 산업 인프라가 우수해 중국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행을 꺼리는 이유로 주52시간 근로제와 같은 낮은 노동 유연성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과도한 노동 규제에 따른 최고경영자(CEO)의 형사책임 리스크를 꼽았다. 높은 법인세, 디지털 규제 등도 걸림돌로 지목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0년 2.3%였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올해 1.7%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저출생·고령화 등을 감안하면 ‘0%대 잠재성장률’ 진입도 시간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글로벌 기업의 아태 허브로 부상하면 저성장 고착화 위기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 해외 주요 기업과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오면 금융 등 산업 고도화를 촉진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내외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노동·교육·연금 등 구조 개혁을 서두르고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들을 혁파해야 한다. 법인세·상속세 인하 등 세제 개혁도 필요하다. 그래야 적극적 투자 유치와 초격차 기술 개발로 신성장 동력을 키워 저성장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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