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해야 한다는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사실상 결론을 낸다. 노란봉투법은 작년 정부·여당과 경영계의 반대 속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입법이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과 노동계는 총선을 앞두고 노란봉투법 재추진에 나선다.
20일 노동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전국금속노조와 HD현대중공업이 하청 단체교섭권을 두고 다툰 소송에 대해 첫 심리를 한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서 판단을 결정할 만큼 이 소송 결과는 노사 관계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전원합의체가 1·2심 판단을 뒤집고 금속노조의 손을 들어준다면, 노란봉투법 입법과 관계없이 하청 교섭권이 인정되는 결과를 낳는다. 반대로 HD현대중공업이 이긴다면, 노란봉투법은 입법되더라도 법적 효력이 무력화된다.
노란봉투법은 노사를 넘어 여야 찬반이 갈리고 윤 대통령이 작년 거부권을 행사할 만큼 쟁점법안이다. 일반에는 3조인 노조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제한이 더 알려졌지만, 2조인 하청 교섭권이 파장이 더 크다는 분석이 많다.
현행 법은 원청이 직접적 고용 계약이 없는 하청 노조와 교섭 의무를 인정하지 않는다. 현재 노사 교섭의 룰이다. 하지만 재작년 원청의 실질적 사용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해석과 법원 판단이 늘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요구한 CJ대한통운과 교섭 의무를 인정한 판정과 이에 불복한 소송 2심까지 결과가 대표적이다. 이에 힘입어 노동계가 노란봉투법 입법을 강하게 주장했다.
노란봉투법의 쟁점은 경영계와 노동계가 법 효과를 정반대로 해석한다는 점이다. 경영계는 파업의 결과에, 노동계는 파업의 원인에 무게를 둔다.
경영계 논리는 이렇다. 노란봉투법이 입법 되면 산업계 전체 혼란을 우려한다. 규모가 큰 기업의 경우 수십·수백 개에 이르는 하청 노조들과 교섭을 요구 받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교섭 대상이 늘어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임금은 지금도 노사 간 갈등의 핵심이다. 여기에 하청 근로자 직고용처럼 사업장 마다 임금 보다 더 큰 사안들이 원·하청 협상 테이블로 오를 수 있다. 쉽지 않은 안들이 교섭 테이블에 오르면 합의가 어렵고 그만큼 파업 유인도 커진다는 것이다. 파업은 정당한 절차를 거치면 헌법에서도 보장한 권리다. 노사 갈등을 줄이는 게 목표인 정부가 노란봉투법을 반대하는 배경이다.
노동계는 하청 근로자의 처우가 실질적으로 개선되면 파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경영계가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원·하청 구조는 파업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다. 하청은 원청에 비해 규모가 작고 경영 상황이 나빠 같은 일을 하더라도 임금이 원청 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평균적으로 하청 임금은 원청의 절반 수준이다.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조 파업이 대표적이다. 당시 파업에 참여한 하청 근로자들은 월 200만원을 받고 일한다며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월 200만원(연 2400만원)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평균 직원 연봉 6700만원 대비 약 40%에 불과하다. 노란봉투법이 실질적으로 하청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낳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풀 해법이라는 게 노동계 판단이다.
전원합의체가 금속노조와 현대중공업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까지 노란봉투법은 노사와 국회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노조 지형을 양분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2대 총선 핵심 정책 과제로 노란봉투법 입법 재추진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작년처럼 이 요구를 받아 재추진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 입법은 불가하다는 입장에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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