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 사이에서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여론이 의사를 ‘악마화’ 하는 것에 지쳐 사명감을 잃었다는 호소가 나오면서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일할 예정이었던 전공의 A씨는 이날 공개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아과 전공의라 사명감으로 일하고 싶었는데, 이번 사태로 의사를 돈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악마화하는 것 같아 의사로서 사명감을 갖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다”며 “주변에 병원으로 돌아가는 고민을 하는 사람은 없고 아예 전직을 해 펀드매니저 시험을 보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A씨처럼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이번 사태가 일단락되더라도 병원에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현장을 이탈한 의사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며 주변과 소통을 단절한 전공의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한 의과대학의 B 교수는 “특히 필수 과목 전공의들은 절대 돌아오지 않겠다는 분위기”라며 “여론이 악화하니 그만두고 군대에 가거나 일반의로 빠져 피부 미용 시술을 하겠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병원을 떠난 지 한 달째가 된 전공의들은 병·의원을 개설하거나 일반의로서 취업할 수 없는 상태다. 아직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전공의 신분이 유지되는 만큼 의료법에 의해 겸직이 금지된 탓이다.
이들은 불법 겸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의사 면허가 필요 없는 아르바이트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의사회는 전공의들의 재취업을 돕겠다며 이달 초 ‘구인·구직 게시판’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현재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는 1만1999명에 달한다. 전체 전공의 1만2910명 중 92.9% 수준이다. 정부는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전공의 약 9000명에 대해 지난 5일부터 면허정지 사전통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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