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경기 안양을 찾아 “실망하셨던 분들이 많았던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문제나 이종섭 주호주대사 문제가 결국 다 오늘 해결됐다”며 “우리가 민심에 순응하려는 정치를 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달라”고 호소했다. 대통령실이 4·10 총선 공천 후보자 등록일을 하루 앞두고 황 수석과 이 대사 거취 문제를 수습한 만큼 핵심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승리하기 위해 당정이 ‘원팀’으로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한 위원장은 이날 안양에서 현장 선거대책위원회를 열고 “수도권의 선택을 받지 않고 선거 승리란 있을 수 없다”며 “손끝에 느껴지는 작은 온도까지도 무겁고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거기에 그때그때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최근 이 대사 및 황 수석 거취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당정 갈등 2라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는 물음에 “총선을 20일 남겨 놓고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운명 공동체”라고 답했다. 21대 총선에서 3개 선거구(만안·동안갑·동안을)를 모두 더불어민주당에 내준 안양에서 한 발언인 만큼 당정이 하나 돼야 ‘험지’에서 금배지를 따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전날까지만 해도 원칙 대응 입장을 고수했던 대통령실이 황 수석의 자진 사퇴와 이 대사의 조기 귀국이라는 여당의 요청을 전격 수용한 것도 당정 불협화음이 지속될 경우 공멸할 수 있다는 엄중한 상황 인식이 반영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두 사태가 국정운영에 부담을 지우는 것은 물론 총선 판세에 악영향을 미치자 법리·논리적 원칙보다는 민심을 보듬어야 할 때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패배 시 식물 정권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윤 대통령의 결단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대형 악재를 걷어낸 여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고 집권 여당으로서 차별화된 정책 실행력을 강조하면서 반전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위원장은 선대위 회의에서 “경기도는 통합진보당 후신 세력의 국회 진입로를 열어주고 있는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출생지”라며 “대한민국의 중추인 생활인의 터전인 경기도를 반국가 세력과 야합하는 이재명의 민주당에 결코 내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안양 동안구 초원어린이공원을 찾아서도 “우리는 국민의 안전과 생활을 충분히 생각해서 재건축·재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세력”이라며 “반대로 이 대표의 민주당은 그걸 반대하는 세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직접 겨냥해 “다수 범죄로써 수사받고 재판받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한 위원장은 당초 일정에 없던 안양 중앙시장도 깜짝 방문해 “저희는 민심을 따를 것”이라며 거듭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이 대사의 조기 귀국이 국민적 의구심을 얼마나 불식시키며 여당 지지율 반등을 가져올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이 대사가 조기 귀국을 결정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빠른 조사를 압박하고 있지만 공수처는 소환 일정 등을 밝히지 않은 때문이다. 또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이번 갈등 봉합 과정에서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을 수세에 몰리게 했다는 불만도 여전해 갈등의 뇌관이 완전히 해체된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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