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 여론조사에서 강세를 보이자 비명계 의원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와 ‘2찍’ 발언을 한 친명 후보의 공천을 유지하는 등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반쪽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중도 확장을 위해 이종섭 호주 대사의 귀국을 촉구하며 대통령실과 충돌도 감수하는 여당과 대조적이라는 평가다.
서울 강북을 경선에서 박용진 의원을 밀어내고 공천을 받은 조수진 변호사는 2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박 의원을 조롱했다. 그는 “유시민 작가가 ‘조변(조 변호사)은 길에서 배지 줍는다고 했다”며 유 작가의 발언을 소개했다. 비명계로 찍혀 -30%의 페널티를 받고도 경선에 임한 박 의원에 대한 무례한 표현을 농담으로 한 셈이다.
조 변호사를 밀어준 이 대표 역시 박 의원의 경선 탈락 소식을 웃음거리로 삼았다. 그는 19일 성남 중원구에서 유권자들을 만나는 도중 이례적으로 박 의원의 경선 득표율을 공개하며 "조수진 후보가 훨씬 많이 이겼다고 한다”고 말했다. 지지자들이 ‘와’ 하고 환호하자 그는 “왜 ‘와’(라고) 하세요? 진 사람도 있는데”라며 박 의원을 비웃었다.
나아가 이 대표는 막말 논란이 일었던 친명 후보들은 감싸고 나섰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비하 논란이 확산돼 사퇴 압박을 받아온 양문석 안산갑 후보의 공천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던 유권자를 비하하는 단어인 ‘2찍’을 사용한 것도 드러났다. 이 대표는 본인이 ‘2찍’을 발언해 사과를 했으나 친명인 양 후보의 ‘2찍’ 논란은 묵인하며 모른채 했다. 또 이 대표는 불법 경선 의혹에 휩싸여 사무실까지 압수수색 당한 광주 북구갑의 정준호 후보 역시 공천을 유지했다. 지지층 결집만 챙기는 이 대표의 행보는 중도층 유권자를 향한 정제된 언행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는 양 후보 등의 공천 논란에 대해 "비정상이 집약된 공천 결과"라며 “(비명횡사 논란은) 이재명 대표가 당권·대권 도전 가능성이 있는 미래의 라이벌은 싹을 잘라내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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