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에 따뜻한 봄과 함께 낭보가 찾아왔다. 오컬트 장르 영화로는 최초로 영화 ‘파묘’가 천만 관객을 달성하게 될 것이 유력하다. 20일까지 952만 명의 관객을 동원 중인 파묘는 빠르면 이번 주말 천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장재현 감독은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캐릭터의 페이소스를 잘 살려줬다”며 “배우들의 궁합이 영화의 흥행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영화의 흥행을 전혀 생각한 적도 없고, 주변 영화인들도 ‘손익분기점만 넘기자’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팬데믹 속에서 직관적이면서 체험적인 오락 영화를 만들다 보니 관객 분들이 좋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4050 분들은 강시 영화의 향수를 느끼셨을 수도 있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영화 개봉 후 좋았던 일만 있던 것은 아니다. ‘건국전쟁’의 김덕영 감독은 “반일주의를 부추기는 영화에 좌파들이 몰리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고, 중국 네티즌들도 영화 내 축경 장면에 대한 트집을 잡은 적 있다. 장 감독은 “한 영화를 보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파묘에는 어떠한 이데올로기가 있다기보다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 감정과 가치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며 “관심을 가져주신 데 감사하다”고 대범하게 말했다. 그는 “영화를 만들 때 어떤 메시지나 사상이 우선하지는 않고, 장르적 재미와 긴장감이 영화의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장 감독은 팬데믹을 거치며 관객들의 영화 감상 문화가 바뀐 것도 실감했다고 했다. 그는 “관객 분들은 ‘왜 극장에 가야만 하는가’라는 이유를 찾으시는 것 같다”며 “저도 영화를 만들 때 극장에서만 만들 수 있는 즐거움을 드리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N차 관람’과 온라인 상에서의 밈 문화도 장 감독이 주목하는 요소다. 장 감독은 “관객 분들이 새로운 스토리를 생산하시며 저도 제가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영감도 받는다”며 “함께 영화를 완성해 가며 영화의 생명력을 길어지게 하는 것이 참 행복하다”고 밝혔다. 또 “다양한 장르 영화가 나와서 극장의 추억들이 살아나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다. 장 감독은 “김고은의 대살굿 장면이 김고은 연기의 절반도 못 담은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아직 영화가 상영 중인 만큼 차기작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없지만, 파묘가 성공한 만큼 부담감도 크다. 그는 “천만이라는 프레임을 생각 안 하고 작품을 만들고 싶다”며 “오히려 큰 예산의 영화를 피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좋은 이야기를 만나면 관객 분들이 원하시는 ‘파묘’의 캐릭터들이 다시 나올 수도 있겠죠. ‘사바하’ ‘검은 사제들’의 올스타가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저도 그런 이야기를 만나기를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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