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학년도 전국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고 대학별 배정 인원을 확정 발표한 직후 의료계가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며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다. 이미 전공들이 의료현장을 이탈한지 한달이 지났고, 전국 의대 교수들은 오는 25일 집단 사직서 제출 시한으로 예고한 상태다. 의정(醫政)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대화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6일 의대 증원 방침을 발표한 이후 전공의를 대상으로 ‘업무유지명령’과 ‘진료유지명령’을 내렸고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집단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을 내렸다.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3개월의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을 내리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다음 주부터 원칙대로 면허자격정지 처분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강경 대응에도 의료계는 공식 협상 테이블로 나오지 않고 있다. 의료 현장의 최후의 보루인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시한이 4일 앞으로 다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 복지부 고위 관계자들이 공식, 비공식 자리를 가리지 않고 의료계와 만남을 갖고 있고, 필수의료 분야 수가인상과 전공의 업무환경 제도개선 등 당근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공의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를 대화의 테이블에 앉힐 수 있도록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 하루 만에 정원이 3~4배나 늘어난 의대의 시설과 투자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예과 2년의 기간이 남아 있고 앞으로 정부와 대학이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는 말로는 전공의들과 의대 교수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하지 않다.
의료계 역시 현재의 의료공백에 대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동안 지역·필수의료 생태계가 곪아 터지고 있었지만 “전세계에서 가장 의료접근성이 높은 나라”, “의사 부족이 아니라 수가 부족이 문제”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해 온 게 의료계다. 특히 의대 증원 저지라는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걸고 의료공백을 초래한 일은 그 어느 누구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정부와 의료계는 이제 의대 증원 논쟁을 끝내야 한다. 필수의료 패키지 등을 포함한 의료계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서둘러 대화의 테이블을 열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양측 모두 각자의 대의명분만 내세우며 계속 강대강으로 맞설 경우 의료대란이라는 파국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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