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부산에 있는 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외부 작업 중 자재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자재를 맞은 A 씨는 충격으로 약 10m 아래인 지하 2층으로 추락해 숨졌다. 그는 하청 업체 근로자로 나이는 62세다. 같은 달 경기에 있는 한 빌딩 신축 공사장에서 근로자가 약 19m 아래로 떨어지는 인명 사고가 일어났다. 사망한 근로자도 하청 업체 소속으로 나이는 62세였다.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고령자가 전체 산재 사망자 절반에 이르고 있다. 고령층이 생계를 위해 신체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일자리를 찾고 있는 것이다.
21일 고용노동부의 산재 사고 사망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60세 이상 산재 사망자는 275명으로 전체 사망자 590명 대비 47%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2021년 42%, 202년 43%로 매년 오르고 있다.
이는 고령화로 일터에 나온 고령층이 늘어난 결과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역별 고령화와 고령층 노동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산업 재해자 중 60세 이상 고령자는 4만 5332명으로 전체 재해자(13만 348명)의 34.8%를 기록했다. 고령자의 산재 사망자 비율은 49%(1089명)로 더 높았다. 2022년은 중대재해 발생 사업주를 형사처벌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해다. 하지만 고령자의 재해자 수와 사망자 수는 시행 직전 연도 대비 각각 12.5%, 15.5%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원인은 고령층이 건설업에서 일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건설업은 외부에서 일하고 고되고 위험한 작업이 많은 특성 탓에 매년 전체 사망 산재의 절반에 이른다. 건설 현장 근로자가 대부분 하청 업체 소속이라는 점이 구조적인 원인이다. 현장에서 다단계 재하도급이 만연해 있다. 하청 업체 입장에서는 최소 인원으로 최대한의 수익을 내기 위해 빨리 공사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 근로자는 일용직으로 고용되기 때문에 한 현장에서 오래 일하지도 못한다. 이런 고용 여건에서는 고령층보다 신체 능력이 나은 청년들도 버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 나서 고령층이 사고 위험이 높은 업종에서 일하는 비중을 줄이거나 계속고용 등 기존 일자리에 더 오래 머물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안준기 한국고용정보원 고령사회연구팀 부연구위원은 “고령자는 2차 노동시장 혹은 주변부 노동시장에 머물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며 “이 경우 위험의 외주화 성향에 따라 고령자는 위험 노출이 더 많이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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