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17년 이후 사이버 범죄로 탈취한 자금으로 핵·미사일 개발 재원의 40%를 충당했다는 유엔 보고서가 공개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20일 전문가 패널 연례 보고서를 통해 2017~2023년 북한이 사이버 공격으로 탈취한 금액이 총 30억 달러(약 4조 원)로 추산되며 이와 관련한 의심 사건 58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이 악의적 사이버 활동으로 전체 외화벌이의 약 50%를 조달했다”면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프로그램 재원의 40%가 불법 사이버 수단으로 조달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가상자산의 현금화를 막기 위한 미국의 대북 제재도 교묘히 피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 해커 조직 ‘라자루스’가 지난해 탈취한 가상자산 중 1200만 달러를 하루 만에 세탁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한 사이버 기업은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이버 도둑”이라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사이버 도둑질로 탈취한 자금이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미사일 연쇄 발사 도발의 핵심 재원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 두 차례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포함해 총 일곱 차례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이달 19일에는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에 장착할 다단계 고체연료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마치는 등 신형 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엔 대북제재위에 따르면 영변 핵시설의 경수로와 풍계리 핵실험장 활동도 지속되고 있다. 북한의 핵 물질 증산이 의심되는 정황이다.
김정은 정권의 돈줄인 사이버 절도와 불법 해킹을 통한 첨단 기술 탈취,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사이버 테러를 막지 못하면 북한의 도발 위협은 계속되고 한반도의 긴장은 고조될 것이다. 정부는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사이버 범죄를 전면 차단하기 위해 미국·일본 등과 국제 사이버 보안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북한의 불법 자금 조달을 차단하려면 북한의 ‘뒷배’ 역할을 해온 중국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사이버 테러 예방과 즉각 대응을 위해 실질적인 범정부 사이버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가동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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