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반도체 강국’을 기치로 내건 미국이 인텔에 195억 달러(약 26조 원)의 정부 지원금을 쏟아붓기로 했다. 현재 10% 미만인 미국의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다는 게 미국 정부의 목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 “반도체 산업을 변화시키고 완전히 새로운 생태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은 인텔에 85억 달러의 보조금 외에도 110억 달러 규모의 대출을 지원한다. 미국이 삼성전자와 대만 TSMC에 각각 60억 달러, 5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과 비교하면 인텔에 대한 지원 규모가 파격적이다. 미국이 자국 반도체 기업 적극 밀어주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 유럽연합(EU), 중국 등도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폭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4조 엔(약 35조 1500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확보해 반도체 산업 육성에 쏟아붓고 있다. EU는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해 2030년까지 민관 430억 유로(약 62조 원)의 투자 목표를 세웠다. ‘반도체 자립’을 표방한 중국은 60조 원의 반도체 지원을 이미 실행하고 추가로 35조 원 규모의 3차 펀드 조성에 나섰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은 미미하고 규제 장벽만 높다. 시설 투자 세액공제는 미국·일본·대만 등 경쟁국에 비하면 조족지혈이고 정부 보조금은 언감생심이다. 정치권에서 부추긴 반(反)기업 정서로 높아진 규제 장벽 탓에 SK하이닉스는 2019년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내년에야 가까스로 착공할 수 있게 됐다. ‘반도체 세계 1위’를 달리던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부문 매출은 459억 달러에 그쳐 TSMC(668억 달러), 인텔(514억 달러), 엔비디아(495억 달러)에 뒤진 4위로 내려앉았다. 이에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20일 주주총회에서 “2~3년 내 반도체 세계 1위를 탈환하겠다”고 밝히며 공세적 경영을 다짐했다. 이제는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파격 지원으로 화답해야 할 차례다. 반도체 산업에 대해 세제·금융 지원을 대폭 늘리고 클러스터 규제 사슬을 철폐하는 등 전방위 지원 속도전을 펴야 한다. 미국의 인텔 지원을 압도할 실행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반도체 선두’ 복귀는 요원한 목표가 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