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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오일샌드에서 보낸 시간 '2년'…차별 저항한 女근로자의 고백

■오리들: 돈과 기름의 땅, 오일샌드에서 보낸 2년

케이트 비턴 지음, 김영사 펴냄





캐나다의 유명 만화가 케이트 비턴은 만화가로 명성을 얻기 직전 앨버타의 오일샌드 채굴 현장에서 2년의 시간을 보낸다. 자신의 목줄을 죄고 있는 학자금 대출을 빨리 갚고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오일샌드에서의 생활은 예상과 달랐다. 생각 이하였다.

근무조건은 열악했다. 겨울에는 하루종일 밤처럼 어두웠고, 기온은 영하 40도 이하였다. 야간 교대근무가 많아 건강은 상했고, 오염된 공기 때문에 가래와 기침이 끊이지 않았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가혹한 성차별과 성폭력이었다. 오일샌드의 남성 노동자들은 케이티(케이트를 부르는 이름)를 ‘예쁜이’라고 불렀고, 조금 시간이 지나서는 ‘까칠한 애’라고 불렀다. 어느 쪽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성 직원들은 툭하면 숙소에 몰래 들어왔고, 틈만 나면 노골 적으로 여직원들의 외모를 품평했다. 이러한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면 매니저는 “특별 대우를 기대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오리들’은 만화가 케이트 비턴이 만화가가 되기 직전의 일을 그린 그래픽 노블이다. 책의 제목 ‘오리들’은 테일링 연못에서 폐사돼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오리들의 기사에 처음 등장한다. 오염된 서식지로 잘못 찾아온 오리들은 돈을 벌기 위해 오일샌드에 온 케이티와 동료의 모습과 유사하다. 계속된 오염수 관련 기사를 보고 노동자 중 한 명은 케이티에게 “저 오염수를 누가 치워야 하는데?”라고 묻는다. 오리들이 처한 가혹한 상황이 보이지 않을 만큼 노동자들의 삶도 좋지 않다. 그래서 결국 케이티는 오일샌드에서 벌어지는 추잡한 일을 캐묻는 기자에게 결국 아무것도 말하지 못한다. 지저분한 남성의 세계에서 차별 받고, 조롱 당했지만 결국 자신은 토론토의 쾌적한 사무실에서 전화를 거는 여성 기자보다는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등지고 가난한 지방에 모여든 남성 동료들에 더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케이티는 자신이 싫어하는 남성 노동자들이 자신의 사촌, 삼촌과 닮았다는 사실에 절망했고 기자에게 사실을 털어놓기 보다는 침묵한다.

책을 끝까지 읽으며 몇 차례나 케이티를 응원했다. 책의 초반에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차별에 굴하지 않기를 응원했고, 기자와 만났을 때는 폭로를 주저하지 않길 기대했다. 하지만 케이티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때에도 케이티를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케이티의 침묵은 개인의 침묵이 아니기 때문이다. 추천사를 쓴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말처럼 ‘불평등, 수탈, 폭력은 지구 어디에서나’ 나타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형태만 다른 ‘오일샌드’에서 일하는 이들이 수없이 많다. 그들도 케이티처럼 지독한 외로움과 싸운다. 노동과 외로움, 자본주의. 이 책에 담긴 주제와 소재는 우리 사회가 마주한 현실과도 닮았다. 2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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