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싸고 정부 측과 의사들이 강 대 강으로 대치하면서 대화의 문이 열리지 않고 있다. 정부는 22일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사태에 대비해 전국 대형 병원에 공보의·군의관 247명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또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의사 면허정지 처분을 25일부터 강행할 방침이다. 전국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 보호를 내세워 25일부터 사직서를 낸 후 근무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이고 다음 달부터는 외래 진료를 최소화하겠다며 사실상 태업을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의료대란을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정부에 전공의 처벌 방침 철회와 대화를 촉구하는 보도 자료를 냈다. 방재승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도 전날 방송에서 “정부가 전공의 조치를 풀어주고 대화의 장을 만들면 저희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대화 가능성을 거론했다. 정부가 의대별 증원 배정 방안을 발표한 뒤 의료계 내부에서 강력 반발과 대화 모색의 두 갈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사를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비뚤어진 사고에 빠져 교수들마저 환자 곁을 떠나는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2000년 의약분업, 2020년 의대 증원 추진 당시 의사들에 대한 고발 취하로 의사들이 쉽게 집단행동에 나서게 됐다고 보고 원칙 준수를 다짐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이탈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강제 노동 금지 위반’이라며 개입을 요청한 데 대해 국제노동기구(ILO)가 ‘자격 없음’이라고 판정해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 거부 명분도 퇴색됐다. 의사들은 조건 없이 정부와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정부도 강경 대응만 할 경우 의료대란을 초래해 역풍을 맞을 수 있으므로 대화에 적극 응하고 의사들을 설득해야 한다. 정부와 의사들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의대 증원뿐 아니라 구체적인 의료 개혁 방안을 놓고 충분히 논의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의료 인력 확충, 지역 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공정한 보상 수가 체계 마련 등 4대 의료 개혁 과제를 실천해갈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