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상승세를 이끌며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7)’로 꼽히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사실상 분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현지 시간)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붐에 제대로 대처했는지 여부에 따라 엇갈린 주가 흐름을 보이면서 M7이 크게 ‘2강 5약’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M7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플랫폼(이하 메타) 등 7개 기업이다.
통신은 뉴욕증시가 올 들어 AI에 주목하면서 엔비디아와 메타는 급등한 반면 그 외 5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성과가 미진한 것으로 분류된다고 전했다. 그나마 MS와 아마존은 선방하고 있지만, 테슬라·알파벳·애플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주가가 약세인 세 종목 중 최악은 올해 들어 30% 가까이 떨어진 테슬라다. 전기차 시장에 대한 회의적 시각,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리스크 등이 약세의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AI 기업으로 부각되지 못하는 처지다.
애플은 생성형 AI 기술에서 뒤처진다는 평가 속에 반독점 이슈까지 터지면서 연초대비 주가가 11% 이상 하락한 상태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최근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생성형 AI ‘제미나이’가 미국 ‘건국의 아버지’를 유색인종으로 잘못 생성하는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미지 생성 기능을 일시 중단하는 문제에 빠졌다.
다만 애플이 구글 제미나이를 자사 기기에 탑재하는 방안을 모색 중으로 지난 18일 알려지면서 두 회사 주가가 잠시 반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애플이 AI 기술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지 못하면 빅테크가 요구 받는 초고속 성장이 부족한 코카콜라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필 블랑카토 라덴부르크탈만 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이 가치주에 가까워졌다”고 꼬집었다.
통신은 앞으로도 AI가 증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MS가 AI업계 선두주자 오픈AI와 파트너십을 통해 성장한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MS는 2014년 사티아 나델라 CEO가 취임할 당시만 해도 낡은 소프트웨어 제조업체로 여겨졌으며, 클라우드에서 AI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인 혁신을 모색하는 데 무려 15년이나 걸렸다. 하지만 현재 MS는 오픈AI와 파트너십이 부각되며 시가총액 3조2000억 달러(약 4260조 원)로 2조8000억 달러(약 3728조 원)인 애플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시총은 2조3000억 달러(약 3062조 원)로 3위를 마크하고 있다.
이에 애플도 팀 쿡 CEO가 올해 AI 분야의 새 지평을 열겠다고 약속했으며, 오는 6월에 열리는 연례 소프트웨어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이와 관련된 대형 발표를 준비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애플과 알파벳 간 AI 협력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올여름까지 공식적인 발표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애플은 오픈AI 등 다른 기업들과 협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사는 이러한 전망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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