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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블랙호크’ 대체 차세대 헬기…비행기·헬기 DNA 이식한 V-280 ‘밸러’[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시속 560km 평양까지 20분 만에 침투

블랙호크 2배 속도 병력·물자 신속 수송

탑승 병력 14명·최대이륙중량 14t 달해

미 벨사의 V-280 ‘밸러’. 틸트로터 방식으로 수직이착륙이 가능하며 최대속도가 시속 565km에 달해 블랙호크 헬기보다 2배 가량 빠르다. 사진 제공=미 벨사




미군의 UH-60 블랙호크’와 ‘AH-64 아파치’는 첫 등장 이후 거듭 개량되면서 지금도 세계 최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미 육군의 대표적인 기동 및 공격헬기로 꼽히고 있다. 미군은 이들을 대체할 차세대 장거리 강습헬기(FLRAA·Future Long Range Assault Aircraft)로 미 벨사의 V-280 ‘밸러’(Valor)를 선정했다.

FLRAA 사업은 1400여대에 달하는 미군 블랙호크를 비롯해 일부 아파치 공격헬기 등을 교체하는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블랙호크는 한국군은 물론 전 세계에서 2600여 대가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차세대 헬기 사업자로 선정되면 전 세계 헬기시장의 판도를 주도할 업체로 부각되기 때문에 주목받는 사업이다.

V-280 ‘밸러’의 가장 큰 강점은 기존 헬기와는 전혀 다른 비행방식인 틸트로터(프로펠러를 위·아래로 움직여 수직·전진 이동이 모두 가능한 회전익) 기술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V-280 ‘밸러’는 미 벨 헬리콥터와 록히드 마틴이 공동 개발한 틸트로터 헬리콥터다.

V-280 ‘밸러’ 강점은 ‘틸트로터’ 비행방식


세계 최초로 실전배치된 틸트로터(Tilt-Rotor) 항공기인 미 해병대 ‘V-22 오스프리’도 틸트로터 방식으로 운용된다. 틸트로터 항공기는 주날개 끝의 커다란 로터를 90도로 세워 헬기처럼 수직 이착륙 하지만 비행할 때는 다시 앞으로 눕혀 일반 비행기처럼 날아갈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넓은 활주로가 필요 없고 일단 이륙하면 헬기보다 훨씬 빠르고 멀리 비행하는 게 가능하다. 수송 가능 병력도 최대 32명이다. 최고속도는 510km/h, 최대항속거리는 약 3900km에 달한다.

호버링(Hovering·제자리비행) 중인 V-280 ‘밸러’. 사진 제공=미 벨사


빠른 최고속도 때문에 DMZ(비무장지대)서 평양까지 20분이면 날아갈 수 있다. 순항속도도 시속 520㎞로 아파치 공격헬기의 최대속도(시속 365㎞)보다도 빠르다. 무급유 작전반경은 블랙호크(590㎞)의 2.5배 수준인 1480㎞에 이른다.

탑승 가능 병력도 11명에서 14명으로 증가했고 내부 공간도 커졌다. 길이는 15.4m, 폭(로터 포함)은 24.9m, 최대이륙중량은 14t이다. 다만 최대 34명에 달하는 V-22와 비교하면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UH-60의 11명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증가해 슬링을 통해 M777곡사포도 수송 가능하다.

무급유 작전반경은 블랙호크 2.5배 수준


이는 최대 이륙중량이 14톤 정도에 달한 덕분으로 블랙호크(10.6t)보다 많다. 탑재중량도 내부 2t, 외부 4.5t으로 각각 1.2t, 4.1t인 블랙호크보다 늘어났다. 4.5톤 정도의 화물을 견인 줄을 이용해 실어나를 수 있고, 전투 행동반경은 930~1480km로 UH-60 블랙호크의 592km보다 훨씬 더 길다.

V-280이 택한 틸트로터는 이착륙할 때 로터 블레이드를 수직으로 세워 헬기처럼 수직으로 이착륙을 하고, 일정 고도·속도에서는 터보 프롭 항공기처럼 수평으로 눕혀 비행하는 방식이다. 헬기와 고정익 항공기의 장점을 결합한 것이다.

이 때문에 헬기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았지만 구조가 복잡해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우려도 있다. V-22 오스프리는 여러 차례 사고로 ‘과부 제조기’란 별명을 얻기도 했고 첫 비행서 양산까지 18년이나 걸렸다. 그렇지만 V-280 밸러는 V-22 오스프리와 달리 독립된 엔진이 날개 양 끝에 있고 로터만 회전하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로 비용 상승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비행 모드의 V-280 ‘밸러’. 사진 제공=미 벨사


V-280 밸러는 당초 순항속도는 시속 280노트(시속 519km)를 목표로 개발했기 때문에 V-280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2017년 첫 프로토타입의 비행 테스트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낮은 속도와 고도로 비행하면서 기본적인 테스트를 진행한 후 점점 속도와 고도를 높여 2019년 1월에는 마침내 목표 순항 속도인 시속 280노트에 도달했다. 85시간에 달하는 시험 비행 끝에 마침내 이름값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2020년 12월 V-280 밸러는 최고 시고 305노트(565 km/h) 속도로 비행하는 것을 달성했다. 최고 속도가 시속 294㎞인 UH-60 블랙호크의 2배 수준으로 훨씬 빠르게 병력과 물자를 신속히 수송할 수 있어 생존성이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장 장 큰 특징으로는 엔진 전체가 90도 회전하는 V-22와 달리 엔진은 가만히 있는 대신 터보샤프트 부분만 회전해 측면 도어에 방어용 무장을 장착할 수가 없다는 점과 엔진의 배기열이 활주로에 닿는다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해 강승헬기로서 실효성을 높였다.

디지털 비행 통제시스템 3중으로 구축


V-22의 H꼬리와 달리 V-280은 V꼬리를 적용해 기동성도 상승했다. 복잡해진 안정성은 디지털 비행 통제시스템인 플라이-바이-와이어(FBW)를 3중으로 구축해 장착함으로서 비행 안정성도 해결했다. 또 날개에 탄소섬유 기반 소재를 대량 사용해 중량과 가격 역시 감소시켰다.

물론 단점도 있다. 함재기로 설계해 날개와 로터의 수납이 가능한 V-22와는 다르게 완전 고정식으로 항속거리를 V-22보다 더 길게 잡았기 때문에 전폭이 V-22 보다 눈에 띄게 넓고, 전고 또한 로터 기어박스만 움직이는 설계 때문에 V-22보다도 높다는 약점이 탓에 운용에 있어 넓은 주기공간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는 대체를 목표로 하는 UH-60에 대비하면 아주 큰 단점으로 꼽힌다.

시험 비행에 앞서 활주로에 서 있는 V-280 ‘밸러’. 사진 제공=나무위키


실제 V-280은 V-22 오스프리의 단점을 보완해 진화한 틸트로터 방식을 채용한 것이다. V-22는 엔진과 로터 축 전체가 회전하는 방식이지만, V-280은 엔진은 그대로 있고 로터 축만 90도로 움직이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따라서 움직이는 부분을 최소화해 이착륙시 기체 안전성 등을 높였다.

V-280은 또 동체와 날개 중앙에 구동축을 연결해 엔진 하나가 피격돼 멈춰도 반대쪽 엔진을 이용해 모든 로터를 돌릴 수 있도록 개량됐다. 기종으로 선정된 V-280 시제기를 1년6개월여 동안 2억32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제작해 시험비행에 나선다. 올해부터 시험비행에 착수해 군의 요구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양산단계에 들어가 2030년대부터 미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다만 주목할 점은 미국이 현재 운용하는 UH-60 계열 헬기 2300여 대를 2030년부터 V-280으로 대체한다. V-280 기반의 무장형 모델로 AH-64 계열 공격헬기도 대체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V-280 양산기 목표 가격을 4300만 달러(약 557억 원)로 잡고 있다. V-280이 UH-1, UH-60, AH-64 계열을 모두 대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사업 규모는 수백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헬기 대격변기, 한국도 적극 참여 필요


사업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미국 정부는 물론 제작사들도 해외 파트너를 구하고 있다. 이미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은 2016년 사업에 합류해 V-280 주요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 업체들도 사업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 한국군도 미래전을 대비한 차세대 공중기동 플랫폼으로 V-280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 군도 비슷한 시기에 블랙호크 대체기 사업을 진행할 수 있어 미국의 V-280 개발 및 생산에 참여해야 투자와 기술 습득의 두마리 토끼를 잡으면 일석이조라는 시각이다. 우리의 기술력도 미국으로서는 무시 못할 상당 수준에 올라서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참고로 우나라라 역시 2008년에 틸트로터 무인기를 개발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관련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10년에는 실물크기의 틸트로터기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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