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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파묘' 어떻게 탄생했나…감독이 밝혔다 [정지은의 무비이슈다]

'파묘' 개봉 32일 만에 '천만 영화' 등극

1장, 교회 집사 장재현의 꿈과 신앙

2장, 집요한 취재력으로 완성한 '파묘'의 구성

3장, 항일 코드가 이끈 K-오컬트의 대중화


정지은 영화 기자와 함께 영화 이슈에 관한 수다를 나눕니다. '무비이슈다'




'파묘' 장재현 감독, 스틸 /사진=쇼박스




'파묘' 장재현 감독 "관객들은 재밌는 이야기가 있어야 본다. 다른 곳에 팔 무덤이 있다면 또 못 팔 이유는 없다. 파봐야 안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파묘'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을 만났다. 당시 '천만 영화'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었던 그는 "인생에 언제 이런 일이 있겠나" 싶은 벅찬 마음과 동시에 '파묘'가 있기까지 자신이 걸어왔던 길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천만 파묘'의 탄생을 실감케 하기 충분했다.

장재현 감독 /사진=쇼박스


◇1장, 교회 집사 장재현의 꿈과 신앙 = 장 감독은 경상북도 영주시에서 태어났다. 영화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던 그는 "학교 갈 때 멧돼지가 나오는 곳에서 살았다. 중, 고등학교를 마무리하고 무작정 상경했다. 영화과라는 것이 있는 것조차 몰랐다"라며 유년 시절을 되돌아봤다.

그런 장 감독이 영화감독의 꿈을 품게 된 건 우연한 계기였다. 그는 서울에 올라온 이후 겪었던 에피소드를 밝혔다. 그는 "대학생들이 길거리에서 영화를 찍는데 보고 이것도 직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자신의 꿈이 형성된 시기를 회상했다.

이후 쌓인 장 감독의 과거 이력은 매우 특이하다. NGO 회사에 취직해 남아공에서 교육을 받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딴 그는 나미비아에 발령을 받아 초등학교 교감이 됐다. 이때 그에게는 인생에서의 터닝 포인트가 찾아왔다. 그는 "극단적인 환경 속에서 죽음과 가까이 살았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용기를 많이 얻었다. 삶의 여러 방면을 겪으면서 내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라고 언급했다.

장재현 감독 /사진=쇼박스


죽음에 가까운 삶을 만나서였을까. 그는 삶과 죽음, 인생에 있어서 신앙 등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가졌다. 전작 '사바하'를 연출했던 시절 과거 나미비아에서 신을 위해 일하지만 눈앞에서 펼쳐진 비극을 마주했던 선교사의 슬픈 감정을 되돌아보기도 했다고. 그의 모든 경험은 지금의 삶과 직결되어 있었다.

물론 교회 집사임에도 무속신앙이나 타 종교를 다루는 작품을 내는 장 감독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오히려 장 감독의 입장의 이유는 타당했다. 그는 "신이 있다고 믿는다. 기본값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믿지 않으며 만들 수 있겠는가. 얼마 전 교회에 갔는데 목사님이 파묘를 신앙적으로 해설을 해주시더라. 과거를 들춰서 회개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파묘라고 하셨는데 너무 좋은 말씀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파묘' 스틸 /사진=쇼박스


◇2장, 집요한 취재력으로 완성한 '파묘'의 구성 = 장재현은 집요한 취재력으로 유명하다. 장재현 감독은 한예종 재학 시절 이창동 감독의 수업을 들은 바 있다. 그는 이창동 감독이 "이야기는 만드는 것이 아니다. 만나는 것이다"라고 말한 순간부터 이야기를 만나기 위해 숱하게 실제 현장을 찾았다. '파묘' 또한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이장하는 과정만 수차례 취재했으며 일본과 한국의 종교적인 정서 또한 자료를 통해 끊임없이 탐구했다.

이에 대해 장 감독은 "장르 영화라는 것이 밀도가 빡빡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만들면 나라도 극장에서 안 본다. 그래서 취재가 오래 걸린다. 인물들의 전사, 험한 것에 대한 이야기 등을 설명해야 했다. 몰라야 재밌는 것이 있고 알아야 재밌는 것이 있는데 '파묘'는 알아야 재밌다. 손해를 보더라도 이 영화는 친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더불어 디테일에 집중한 그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매번 작품에서 놓친 부분을 발견한다는 그는 "100개가 넘는다. '파묘'도 그렇고 사운드나 사소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감독이니까 어쩔 수 없다"라며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였다.

'파묘' 스틸 /사진=쇼박스


◇3장, 항일 코드가 이끈 K-오컬트의 대중화 = '파묘'의 흥행 이후 나홍진 감독의 '곡성'과 비교될 때가 많다. 이에 대해 장 감독은 "'곡성'의 팬이다. 비교되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파묘'와 '곡성'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마니아층을 뛰어넘어 대중을 노렸다는 점이다.

'파묘'는 개봉 시기 초반부터 장 감독의 전작인 '검은 사제들', '사바하'의 중간 맛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더불어 장 감독 또한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파묘'를 직관적이고, 육체적이고, 대중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파묘'는 대중성을 띈 요소들이 다수 등장했다.

'파묘' 스틸 /사진=쇼박스


먼저, 히어로를 표방하는 인물들의 등장이다. 누구나 공감하고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캐릭터들을 중점적으로 등장시키며 오락적인 요소를 추가했다. 이에 대해 장 감독은 "엔터테이닝 요소를 많이 넣으려고 했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체험적인 영화를 만들고자 최대한 노력했다. 큰 그림을 보자면 극장용 음흉한 유령 영화가 아니라 화끈한 영화, 육체파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더불어 '파묘'는 항일 감정이라는, 한국인이라는 정서를 부담감 없이 전했다. 불과 지난해 나온 한국 영화들이 비판을 면치 못했던 '시대착오적인 과한 반일 정서'가 '파묘'에게만은 관대했던 이유는 강약 조절에 있었다. 장 감독은 "항일 영화라기보다는 '우리나라'에 집중했다. 항일 감정을 도드라지게 만들고 싶은 마음은 오히려 최소화시키려고 했다"고 말했다.

'파묘' 스틸 /사진=쇼박스


이러한 부분들은 K-오컬트의 대중화에 다가가는 큰 발자국들이 됐다. 결과적으로 '파묘'는 24일 기준 '천만 영화' 타이틀을 얻으며 이번 해 박스오피스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장 감독은 '파묘'의 성공에 대해 관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진심 어리게 초자연적인 존재에 집중해 만들었고 그것을 사람들이 느껴주신 것 같다. 관객들은 재밌는 이야기가 있어야 본다. 다른 곳에 팔 무덤이 있다면 또 못 팔 이유는 없다. 파봐야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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