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38개국 중 17개국에서는 상속세가 없거나 폐지할 예정이다. 그리고 상속세가 있다고 하더라도 직계 상속에 대해서는 대부분 낮은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총 조세수입 중 상속세 및 증여세 비중이 2.42%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고, OECD 평균과 비교해 봤을 때 5.7배 이상이나 높다.
상속세에 대해서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어떤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간혹 상속세는 ‘부자’에 국한된 부의 재분배라는 측면으로 꼭 필요하고 오히려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꽤 많다.
그러나 부의 재분배라는 측면으로만 상속세를 현 상황으로 유지해야 할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상속세는 ‘부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단지 서울 등 수도권에 아파트 한 채만 있어도 상속세를 납부하는 납세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본인’이 상속세를 납부하는 상황이라면 과연 본인을 ‘부자’로 받아들일 것인지, 그리고 본인의 부를 사회적으로 재분배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 및 동참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집 한 채만 있어도 상속세가 발생한다는 건 이제 상식
‘본인’은 ‘부자’인가? ‘부자’가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본인’은 고작 집 한 채만 있으니 먼 나라 이야기라고 볼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2024년의 대한민국에서는 이미 수도권에 집 한 채만 있으면 상속세가 부과된다는 사실은 상식이 되었다. 혹시 모르고 있었다면 상속세를 계산해 본 적 없거나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당장 상속세부터 한번 계산해 보자. 상속세로 인해 그동안 쌓은 부의 절반을 자녀가 아닌 국가에 헌납해야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물론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상속세를 납부하는 지인이 있으면 친하게 지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한민국에서 ‘상속세’는 부자들만 내는 세금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상속세는 보편적인 세금이 되었다. 매년 세금을 내는 근로소득자 또는 사업소득자라면 해마다 소득 및 세금 신고를 통해 다음 해의 세금을 준비하고 공부한다. 근로자의 경우 포털사이트에서 연말정산에 대한 절세 팁이라도 검색해서 찾아볼 정도다.
그렇지만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죽음에서 비롯되는 경험이다 보니 국민 대부분 다른 사람 이야기처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현재 국민 대부분이 잠정적 상속세 신고대상자가 되었음에도, 상속세에 대한 상식이나 이해가 전무하다. 그 결과 상속인 대부분이 사전 상속 절세 계획 자체를 생각하지 못해 고액의 상속세 납부라는 결과를 고스란히 짊어지게 된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세무사로서는 절세를 도와줄 방법이 없어 정말 안타깝다.
한국부동산원 R-ONE 부동산통계뷰어에서 확인한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최근 그나마 조정되어 10억 5,100만 원 가량이다. 7년 전보다는 약 1.9배 가까이 상승했으며, 그 외 지역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주택가격 상승은 누군가에게는 기쁨, 누군가에게는 절망이 될 수 있다.
상속세 신고 인원 3배 증가…미리미리 대비해야
그리고 50대 이상의 주택 소유자에게는 상속세 대비 필요성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상속세는 배우자가 있다면 10억 원까지, 배우자가 없다면 5억 원까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과세 대상이 아니다. 다만, 그 이상이라면 과세 대상이 된다. 현재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을 보면, 아파트 한 채만 보유하고 있어도 상속세 납부 대상자가 되는 상황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국세 통계에서도 최근 몇 년 새 상속세 신고인원과 총 상속재산가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상속세 신고인원은 19,506명, 총 상속재산가액은 약 56조 5천억 원으로 2016년 대비 상속세 신고 인원은 약 3.1배, 총 상속재산가액은 약 3.85배나 증가하였다.
상속세 미리 준비 안 하면 주택 급매하기도
2022년 상속세 신고 재산가액 규모별로는 10억 원 이상이면서 20억 원 이하인 구간이 인원 8,510명(43.6%), 재산가액 11조 210억 원(19.4%)으로 인원으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과거에는 주택 한 채와 예·적금 및 보험금을 가진 일반적인 망자의 상속은 상속세 신고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현재는 그 ‘주택 한 채’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10억 원이 넘는 주택 한 채와 예·적금 및 보험금 등이 상속 재산으로 인정되면서 보편적인 상속 재산 규모가 10억 원~20억 원 사이로 변화되었다. 말 그대로 이제 ‘집 한 채’만 있어도 상속세 납부 대상이 된다.
종종 부모로부터 주택을 상속받았는데, 상속세를 낼 현금 유동성이 없어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주택을 급매로 처분하는 상속인을 보게 된다. 참담한 심정을 토로하는 상속인을 대할 때마다 미리 대비만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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