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투기를 일삼으며 재산 내역을 허위로 제출한 이영선 세종갑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지만 파장은 확산되고 있다. 대출을 이용해 38억 원 규모의 부동산을 사고 임차·월세 보증금을 받아 이를 메우는 전형적 ‘갭 투기’를 해온 인사가 민주당에서 전세사기피해자위원회 자문을 맡은 경력 등을 앞세워 공천까지 받자 제1야당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참사가 발생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공천 관리를 총괄하는 이재명 대표가 투기꾼 공천에 진솔한 사과보다는 “갭 투기를 한 사람이 국회에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며 ‘유체 이탈’식 발언을 하고 “정말로 팔 하나를 떼어내는 심정으로 고통스럽고 안타깝지만, 무공천하는, 제명하는 조치를 취했다”며 변명으로 일관해 유권자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이 대표는 24일 서울 송파구 새마을전통시장을 찾아 이 후보 공천 취소에 대해 “이 후보는 당과 국민에게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었다”고 직격했다. 그는 “(이 후보가) 아파트 4채, 오피스텔 6채를 갖고 있는데 아파트 한 채와 오피스텔만 당에 신고했다”면서 “갭 투기로 국민에게 절망감을 주고 당과 국민을 속이는 사람은 의석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국회로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가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재산 내역에 따르면 아파트 4채와 오피스텔 6채, 상가 1채, 임차권 1건 등 총 38억 287만 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했다. 특히 아파트 3채는 부인과 공동 소유이며 오피스텔은 1채가 본인 소유, 나머지 5채는 배우자 소유다. 이와 함께 공개된 채무는 대출 7건과 임차 보증금 및 월세 보증금 10건 등 총 37억 6893만 원이다. 이는 이 후보가 신고한 부동산 재산과 비슷하다.
대출에는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상호금융권 대출도 8억 넘게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이 후보가 대출을 받아 오피스텔 등을 사들이고 보증금으로 다른 부동산에 재투자하는 전형적인 갭 투기를 동시다발적으로 벌였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후보 등록이 끝난 상황에서도 이 후보 공천을 취소해 “생살을 도려냈다”고 강조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부터 부동산 투기를 국민적 지탄의 대상으로 삼았던 민주당이 “이 후보 같은 투기꾼”을 공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갭 투기를 전문으로 한 이 후보는 “부동산 투자는 잘 몰랐고 부인이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지만 민주당 대전시당 전세사기대책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으로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기도 해 ‘이중적’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언론 등에서 먼저 사안이 불거졌다면 파장은 훨씬 더 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당이 이 후보에 대해 지역구 경선 후보자로 선정해놓고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등에서 사전 검증에 실패한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현 제도상의 한계 때문에 검증을 할 수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막말 논란으로 서울 강북을에서 공천이 취소된 정봉주 전 의원과 ‘성범죄 변호’로 사퇴한 조수진 후보 등도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바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공천에서) 비명 찍어내기와 친명 인사 챙기기에만 몰두하다 기본적인 검증이 안 된 사례”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이날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전격적으로 약속하고 나선 것도 ‘물타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후보 공천 취소로 여론이 악화하자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론’을 부각하고 현금성 지원을 앞세운 포퓰리즘 공약으로 유권자들의 시선을 돌리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후보가 빠지면서 세종갑은 류제화 국민의힘 후보와 김종민 새로운미래 후보 간 양자 대결로 총선이 치러지게 돼 민주당 이탈 지지층의 표심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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