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128940) 그룹과 OCI 그룹 통합을 둘러싼 한미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안갯 속으로 빠져 들었다. 송영숙 한미약품 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008930) 사장측의 우세가 점쳐진 가운데 개인 최대 주주이자 ‘키맨’으로 불리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 형제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임씨 형제는 한미약품 그룹과 OCI 그룹의 통합을 반대하고 있다.
오는 28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신 회장의 임종윤·종훈 사장측 지지 선언으로 국민연금(7.66%)과 소액주주들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정기주총 결과는 양측의 이사 선임과 함께 한미-OCI의 통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측은 한미-OCI 통합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국민연금과 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는 양측이 제시한 이사 선임안을 놓고 표 대결이 펼쳐질 예정이다. 기존 4명에 6명이 추가되는 이사회에 어느 쪽이 더 많은 이사를 선출할 수 있을지가 경영권 분쟁의 향방과 한미-OCI 통합을 결정할 핵심 변수다. 한미사이언스측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전략기획실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을 포함한 6인의 이사회 후보를 냈다. 임종윤·종훈 사장측은 본인 2명을 포함한 5명의 후보를 이사회 구성원으로 추대하는 주주제안을 행사했다.
주총을 앞두고 키맨인 신 회장이 임종윤·종훈 사장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미약품 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송영숙 회장(12.56%), 임주현 사장(7.29%), 가현문화재단(4.9%), 임성기재단(3.0%) 등 32.23%으로 파악된다. 임종윤·종훈 사장측은 두 사람과 가족 등 특수관계인(24.64%), 디엑스앤브이엑스(0.41%)를 더해 25.05%로 집계된다. 양측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신 회장(12.15%)과 국민연금(7.66%)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신 회장이 임종윤·종훈 사장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판세가 기울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신 회장은 22일 입장문을 내고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를 빠르게 안정시키는 동시에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 및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후속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신 회장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었던 송영숙회장·임주현 사장측은 즉시 입장문을 내고 “신 회장에 그룹 통합 결정에 관련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점을 사과한다” 면서 “한미그룹은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주총의 표대결을 가를 관건은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다. 국민연금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소액주주들 역시 의사결정의 주요 지표가 될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주총 당일까지 어떤 선택을 내릴지 미지수다. 이에 따라 조만간 수원지방법원에서 결과가 나올 예정인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대주주나 소액주주 표심의 향배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은 지난 6일 마무리돼 판결은 주총 전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