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의대생들의 휴학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이 한 의대생과의 대화를 공개하며 의대생들의 근황을 전했다.
노 전 회장은 앞서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적은 인물이다.
노 전 회장은 23일 자신의 SNS에 “의과대학생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며 “예상은 했었지만 직접 들으니 더욱 충격적이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언론에서는 의대생 휴학 참여 비율이 30%대라고 하던데, 실제 어떻게 되나”고 묻자 학생은 “그것은 부모와 학과장의 도장 등 모든 요건을 갖춘 비율을 말하는 것이다. 실제 참여율은 90%가 넘는다”고 답했다.
학생들 분위기를 두고는 “처음엔 휩쓸려서 낸 사람들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자포자기한 분위기”라며 “일단 빨리 복귀하고 싶어하거나 복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1년 휴학은 모두 당연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노 전 회장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냐'고 물었는데 학생은 “1주일간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아~ 세상은 이렇게 사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너무 열심히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의대생들이 자포자기한 이유는 “정부가 이렇게까지 악할지, 의사들이 이렇게까지 무기력한지 몰랐다. 솔직히 이제는 잘못된 것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옅어졌다”며 “사회가 정의로운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한 충격이 크다. 그리고 의사를 악마화하는 것을 보고 가슴에 멍이 많이 들었다. 특히 보수층이 의사를 공격하는 것에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토로했다.
노 전 회장이 의료계와 정부와의 합의 전망과 관련해 질문하자 “불가능하다. 이전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리고 의대생들은 대표들도 없는 상태”라며 “의대협은 설문조사를 통해 통계만 낼 뿐 대표성이 없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고 아무 생각도 없는 상태다. 그냥 돌아갈 의욕이 없고 어떻게 될지에 대한 생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공의 선배 등 분위기를 두고 이 학생은 “수련 자체를 포기한 분들이 많다. 정부와 합의가 되어도 돌아갈 사람 얼마 안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수련의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제 선배들은 교수들의 사직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지금은 투쟁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포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노 전 회장은 그러면서 “학생은 대화 내내 힘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한숨이 계속됐다”고 적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에서 유효한 휴학 신청서를 낸 학생은 누적 895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1만8793명)의 47.6%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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