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 대선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예상에서 벗어난 정권 인수위원회 명단을 발표해 워싱턴 정가에 파장을 일으켰다. 인수위 실무진에 로비 회사들이 몰려 있는 K스트리트에서 뛰고 있는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에너지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둔 로비 단체인 CGCN그룹의 마이크 카탄자로와 통신 회사의 입장을 대변해왔던 제프리 아이제나흐 등은 인수위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밑그림을 그리는 데 앞장섰다.
워싱턴DC의 K스트리트는 백악관에서 북쪽으로 세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도로다. 동서 방향의 거리 이름에 알파벳을 붙이는 관행에 따라 K스트리트로 명명됐다. 길이가 6.4㎞가량인 이 도로는 로비 회사와 로펌, 컨설팅 업체, 회계법인 등이 늘어서 있어서 ‘로비의 거리’로 불린다. 이들은 특정 기업이나 단체,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규제와 입법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현재 공식 등록된 로비스트는 1만 3000여 명으로 연간 로비에 사용된 금액만 약 42억 달러에 달한다. 18세기 미국 독립전쟁 당시 버지니아주 군인들이 더 많은 상여금을 받기 위해 고용했던 윌리엄 헐이 첫 번째 로비스트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로비 활동이 ‘청원의 권리’를 보장한 수정 헌법 1조에 따라 합법적으로 보장되고 있다. 로비스트는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대신 특정 이익집단을 위한 입법에 나서도록 설득한다. 하지만 상당수의 상·하원 의원들과 관료들이 퇴임 후 곧바로 로비 회사에 취업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바람에 정책의 공정성 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K스트리트가 각국 정부와 기업들을 위한 로비스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이 가열되는 상황이어서 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는 한층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도 조 바이든 대통령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깊고 넓게 만들어 국익과 안보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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