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으로 치닫던 ‘의정(醫政) 갈등’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중재로 급속히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됐다. 한 위원장이 의료계를 만나 “건설적 대화를 돕겠다”고 나서자 윤석열 대통령도 의료 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 정지 행정처분과 관련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며 화답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24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본관 4층 회의실에서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을 만나 면담한 뒤 취재진과 만나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며 “국민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간 건설적인 대화를 중재해달라는 요청을 (전의교협 측으로부터)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건설적인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저에게)전했다”고도 말했다.
한 위원장은 구체적인 면담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지만 “건설적 대화를 도와드리고 문제 푸는 방식을 지켜봐달라”고 덧붙였다. 추후 정부와 의료계 간 협상 과정에서 자신이 중재 역할을 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의료계 대표들을 만난 적은 있지만 여야 정치권에서는 한 위원장이 처음이다.
한 위원장과 전의교협 간의 면담 직후 대통령실도 즉각 유화적인 메시지를 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의료 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 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윤 대통령이 즉각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지시했다고 알렸다. 윤 대통령은 한 총리에게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도 덧붙였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 기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전의교협 측이 한 위원장에게 정부-의료계 사이 중재 역할을 요청을 했고, 한 위원장이 양측의 꼬인 매듭을 푸는데 역할을 하게 된 모습이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강대강 대치를 이어오던 정부와 의료계 간에 ‘유연한 처리’와 ‘대화체 신설’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향후 갈등 상황 해소에 속도감 있게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