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이 있다 보니 '기후정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소비자 개개인보다 기업의 움직임이 더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처럼, 정치인이 나서면 법과 제도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는 정치인들을 채찍질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구용 창간에 맞춰 기후대응에 나선 젊은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려야겠다는 막중한 책임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앗, 벌써 지루하다고요? 지구용이 직접 만나고 온 젊은 기후정치인들의 이야기는 재미 보장! 만 39세 이하의 '젊치인(젊은 정치인)'들을 지원하는 정치 에이전시 뉴웨이즈에서 국민의힘 정혜림 비례대표 후보님(1편), 녹색정의당 김혜미 대변인님(서울 마포갑 출마)(2편) 섭외를 도와주셨고 더불어민주당의 이동학 전 최고위원님(3편)도 따로 만나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왔습니다. 세 분 다 열혈 지구용사님들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먼저 국민의힘 정혜림님 이야기부터 전합니다.
기후의제는 산업의제이자 경제의제
1992년생인 정 후보님은 작년 11월 국민의힘에서 진행한 '국민인재' 공개 추천으로 영입됐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환경연구원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SK경영경제연구소를 거친 연구자 출신의 신인인데요. 요약하자면 기업의 논리와 국가 정책의 논리를 모두 이해하는 녹색 성장, 기후테크 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보수적인 국민의힘 소속이란 사실 때문에 선입견이 벌써 생기셨나요? 사실 에디터도 그랬지만 인터뷰를 마칠 때쯤엔 혜림님이 어떤 자리에서 외롭게 싸우고 있는지 거의 완벽히 납득이 됐습니다.
국민의힘이라고 하면 '원전 OK', '경제성장이 최우선'이라고 할 것 같은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보수당조차도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기후대응의 급박함에 대해 이견이 없을 만큼 기후위기가 심해진 데다 글로벌 탄소배출규제를 맞추지 않으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수출이 막혀버리는 상황. 그래서 오히려 “기후의제는 산업의제이자 경제의제고, 탄소중립은 보수당이 잘할 수 있다”는 게 정 후보님 이야기입니다. 경제 정책과 기업 친화적인 환경에 가장 관심을 가져온 당이니까요.
산업발전+탄소중립 같이 가야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대부분의 용사님들과 생각이 좀 다를 수는 있는데, 또 어떤 용사님들은 납득 되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수소 등)에 관해 정 후보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산업경쟁력을 갖췄는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태양광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건 맞지만, 지난해 상반기 국내 보급된 태양광의 60% 가까이가 중국산이에요. 풍력도 미국, 유럽, 중국이 시장을 선점했고요. 우리가 우위를 점한 산업(에디터 주 : 한국 원자력 기술력은 세계 최상위권)과 탄소중립이 함께 갈 수 있도록 정부가 유도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에요.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보급했는지에만 초점을 맞춰 탄소중립 성과를 평가하면 안 됩니다."
기후대응 과정에서 경제와 산업도 챙겨야 한다는 아주 현실적인 관점인 셈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들이 사업 전환을 할 수 있도록+점점 엄격해지는 글로벌 탄소 규제를 따라잡을 수 있도록 더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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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우리나라보다 10배, 100배 이상의 정부 지원금이 나오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비판만 받는다고 푸념하는 상황이에요. SK 같은 대기업마저도 전환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휘청이는데도요. 이러다가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경쟁력을 잃으면, 그게 우리가 바랬던 탄소중립일까요."
정 후보님은 “지금이라도 기술, 산업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우리가 어떤 분야에서 우위를 노리고 육성할지, 전세계적으로 어떤 기술과 산업이 필요한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환경운동가들뿐만 아니라 기술, 산업 전문가들도 기후대응에 나서야 된다는 겁니다.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철회에 대해서도 물었죠. "일회용품을 줄이는 방향은 당연히 동의하지만 자꾸 규제하고 피로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는 게 후보님 의견. 예를 들어 "일회용 빨대를 못 쓰게 할 게 아니라, 일회용 빨대가 필요 없는 컵 리드(뚜껑)을 만드는 기업들을 지원해주자"는 방향입니다.
미래 세대 관점에서 기후정책을
후보님은 “산업의 관점에서 기후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답답해서 정치로 옮긴" 케이스. 십대 시절 지구온난화 극복에 기여하고 싶어서 대학 전공으로 환경공학을 했고, 어떤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를 택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연구의 세계란 아주 장기적인 관점에서 느리게 한땀한땀 성과를 쌓는 곳...현실은 당장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는데 말예요. 그래서 성격 급한(!) 후보님은 정치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렇지만 다들 예상하다시피, 아직까지 기성 정치인들은 기후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 후보님 같은 기후정치인들은 "누워서 소리라도 쳐야 되는" 절박함이 강합니다.
기후의제만큼은 미래 세대의 관점에서 정책을 제안해야 한다는 게 정 후보님 지론입니다. “우리가 장기적으로 지불할 비용, 산업 전환,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 등 당사자인 젊은이들의 기준에 맞는 정책을 제안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기후의제에선 전문성을 갖춘 젊치인이 너무나도 절실해요.”
그래서 당을 뛰어넘는,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기후대응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정 후보님. "환경단체들은 기후대응에 대한 더 높은 기준을 설정해주고, 그걸 진보적인 정당에서 의제화하고, 보수 정당에선 현실적인 솔루션을 만들고, 솔루션을 실행하는 과정에서의 격차 발생 등의 문제를 또 진보 정당에서 고민해주는" 식으로 각각 잘하는 부분들이 있다는 겁니다.
정 후보님은 "민주화 등을 달성한 윗세대와 달리 지금의 청년 세대는 정치로 뭔가 성취해본 경험이 없는 세대인 데다 숫자마저도 적다"면서 "기후대응만큼은 청년들이 뭉쳐서 성공을 경험해봐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정 후보님 이야기에 지구용이 공감한 부분도,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나머지는 용사님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민의힘에서 내놓은 기후공약 1탄, 2탄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다음 편에선 녹색정의당 김혜미 후보님의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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