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깜짝 회동을 추진한 배경에 대해 대통령실과의 소통력을 꼽았다. 보건복지부를 거치는 대신, 대통령을 위시한 정치권과 직접 소통해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게 이들의 의지다.
조윤정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고려대의대 교수의회 의장)은 25일 언론 대상 정례 브리핑에서 "강대강 대치가 6주차에 접어든 데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이 26일부터 미복귀 전공의들의 면허를 정지시키겠다고 누차 강조하지 않았나. 전공의들을 지켜야 하는 입장에서 실질적인 위협이라고 느꼈다"며 "(한 위원장과의 회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교계, 언론방송계 등과 소통을 시도하던 데서 연장선상으로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여러 정계 인사 중 한 위원장과의 만남을 일순위로 추진한 이유로는 "대통령실과 가장 소통이 원활한 인사여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사전 소통을 거쳐 한 위원장과 회동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일(24일) 세브란스병원에서 비공개로 이뤄진 국민의힘과의 회동이 전의교협의 선요청으로 이뤄졌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한 위원장과 만남 직후 대통령실이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하라'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위원장이 의대 증원 사태를 중재하는 흐름을 연출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무리하게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추진하는 것은 어떤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시나리오가 있는 정치쇼", "약속대련" 등의 발언을 했던 것도 새삼 화제가 됐던 상황이다.
조 위원장은 한 위원장과의 회동에서 "전공의들을 처벌하면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의료체계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위공직자가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진을 겁박하는 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고위 공직자를 가까이 하시라는 말씀도 드렸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제2차관이 브리핑 도중 의사를 ‘의새’로 잘못 발음하거나 방송에서 "집단행동으로 현장에 의사가 한명도 남지 않으면 전세기를 내서라도 환자를 치료하겠다"는 등의 발언으로 의사들의 공분을 샀던 것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조 위원장은 "지난 18일 전의교협 성명서에 포함됐듯이 국민과 대통령실의 눈을 가리고 품위 없이 망언을 일삼는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제2차관의 해임을 원한다"며 "복지부는 이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정당, 대통령실과 직접 대화하길 원한다"고 촉구했다. 단 "이번 사태의 주체는 전공의"라며 "빠른 시일 내에 정부가 전공의와의 협상 물꼬를 트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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