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역사를 지닌 세계 1위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경영진들이 대거 물갈이 된다. 최신 여객기 라인인 보잉737 맥스 기종의 품질 및 제조 결함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매출이 추락하고 기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들의 책임론이 불거진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25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은 데이브 캘훈 보잉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말 회사를 사임한다고 보도했다. 또 이사회 의장인 래리 켈너는 5월 예정된 보잉의 연례 회의를 마지막으로 의장직 및 이사를 사임할 예정이다. 그의 후임에는 2020년부터 이사로 재직중인 스티븐 몰렌코프가 선임됐다.
스탠 딜 보잉 상업부문 CEO는 즉시 회사를 떠난다. 후임으로는 보잉 글로벌서비스를 운영하다가 최근 보잉의 최고운영책임자로 임명된 스테파니 포프가 임명됐다.
이번 조직 개편은 보잉 항공기의 품질 및 제조 결함이 잇따라 드러나며 항공사와 규제당국이 회사에 대대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앞서 1월 보잉은 최신 여객기 라인인 보잉7373 맥스9 기종이 비행 중 동체에 구멍이 나는 사고가 발생해 비상 착륙하면서 제조 관리 부실과 결함 의혹이 불거졌다. 또 해당 기종은 2018년부터 두 차례 추락 사고가 발생해 총 346명의 피해자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수년 째 반복되는 기체 결함에도 보잉은 미온적인 대응을 이어오고 있어 비판받고 있다. 최근에는 규제당국의 안전기준 면제 조건이 철회되면서 사전 주문이 많은 항공기의 안전 인증이 늦어지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항공사 CEO들은 보잉의 제조 품질 관리 부족은 물론 주문 지연 등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왔다.
실제 최근 보잉은 여러 나라로부터 거절당하고 있는데 주요 고객사인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이미 주문한 보잉737 맥스 10 주문이 지연되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유럽 에어버스 비행기를 구입하기 위해 협상에 나섰다. 대한항공과 일본항공 역시 안전사고를 낸 보잉 대신 에어버스 항공기를 대량 구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 역시 보잉에 주문했던 항공기 중 일부만 인도받겠다고 밝혔으며 에미레이트 항공은 보잉의 품질에 의심이 든다며 팀 클라크 사장이 직접 감독에 나서기도 했다. 클라크 사장은 “보잉의 제조 능력이 점차 하락세를 걷고 있다”며 “우리 엔지니어를 보잉에 파견해 생산 라인을 직접 감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보잉은 경쟁사 에어버스에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보잉의 위기가 품질보다는 과도하게 재무 성과를 중시하고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데만 몰두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보잉은 원가 절감과 매출 증대, 인건비 감소 등을 주요 경영 목표로 추진했으며 그 결과 1997년부터 2018년까지 21년간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품질에 대해서는 의문을 남겼다.
캘훈 CEO는 2018년 두 건의 737 맥스 추락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전임 CEO인 데니스 뮐렌버그의 뒤를 이어 2019년 말 보잉의 CEO로 임명됐다. 그는 최근에도 수개월 동안 투자자와 항공사 고객,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보잉의 품질 문제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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