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엔저 투기적” 경고했지만…
외환시장에서 엔화 약세(엔저) 기조가 짙어지는 가운데 일본 재무성 재무관이 25일 이전보다 강경한 투로 현 상황을 “투기적”이라고 경고했지만, 이날 환율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은 구두 개입에 그치고, 152엔 대에 진입해야 (통화당국이) 움직일 것”이라는 학습이 엔저를 이끈다고 보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3개월 내 엔달러 환율이 155엔까지 올라 엔화 약세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칸다 마사토 재무관은 전날 기자단과 만나 최근의 환율 시장에 대해 “일본과 미국의 금리 차는 축소했고, 앞으로도 축소가 기대된다”며 “투기로 인한 과도한 변동은 국민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엔 매수를 통한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지금까지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의 발언과 비교하면 한층 강경한 톤이라는 분석이다. 칸다 재무관은 “지나친 변동에는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한 행동을 취하겠다”며 “준비는 돼 있다”고도 말했다.
2년 전의 개입 때보다 재무성의 (개입 경계)가 희미해진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는 “전혀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투기로 인한 과도한 변동은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개입에 나서는 환율 수준에 대해서는 “이 숫자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해제를 결정했다. 금리 인상은 엔화 가치 상승(엔고) 재료지만, 금리 인상 폭이 미미(0~0.1%)한 데다 바로 다음 이어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동결되면서 당분간 미일 금리 차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엔화 매도·달러 매수 흐름이 이어졌다. 이에 지난 22일 엔달러 환율은 151.35로 마감하며 34년 만의 최고가(엔화 최저가) 경신을 눈앞에 뒀다.
“지켜보고 있다” VS “말뿐일거야”
이날도 칸다 재무관의 강경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51.18로 마감하며 여전히 151엔대를 유지했다. 시장 관계자들도 “오랜만에 강한 톤”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시장 참가자들이 실탄(실제 개입)은 아직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일본 증시 강세와 엔저가 서로 보조를 맞추며 진행되고 있어 급격한 엔고 전환이 주가 하락을 가져올 수 있고, 이 때문에 섣불리 통화 당국이 환율 시장 개입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장에 ‘152엔대가 돼야 실제 개입이 단행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점도 배경 중 하나다. 사토 마사카즈 외환온라인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151엔대에서는 구두 개입에 그칠 것이 농후하고, 152엔대에 진입해서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위기가 감도는 측면도 크다”고 말했다.
‘엔화 더 떨어진다’ 달러당 155엔 전망도
그만큼 엔화의 추가 가치 하락 전망은 강한 상황이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지난 22일 자 보고서에서 향후 3개월 내 엔화 시세를 155엔으로 전망했다. 기존 예상치는 145엔이었다. 소니파이낸셜도 3개월 내 엔화 전망을 155엔으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17년 만의 금리인상에 대해 “일본은행에 있어서는 큰 비약이지만, 엔화에 있어서는 작은 일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미 연준(Fed)의 신중한 금리 인하도 맞물려 엔고가 진행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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