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공시지가가 전년 대비 2.3% 올라 증가율이 거품 경제 시절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가와 임금에 이어 토지에서도 상승세가 나타나며 디플레이션 탈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로 지금의 부동산 투자 매력이 희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26일 발표한 2024년 공시지가 전체 용도 전국 평균은 3년 연속 상승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증가율이 2%를 넘는 것은 1991년의 11.3% 이후 처음이다. 버블 붕괴 후 일본 땅값은 오랜 시간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졌다. 최근 닛케이 평균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물가나 임금인상 증가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땅값도 상승 기운을 타고 있다는 게 닛케이의 분석이다.
다만, 실질 가격으로 보면 여전히 거품 경제 시절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전국의 1㎡당 평균 가격을 1991년과 비교하면 주택지는 약 40% 상업지는 30% 수준에 그친다. 닛케이는 “경제를 끌어올려 (상승) 기세를 지속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초점이 된다”고 해석했다.
한편, 지방 투자도 탄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2월 문 연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 구마모토 공장 인근의 오즈마치 상업지 일부는 공시지가가 33.2% 뛰었다. 상업지 상승률로 전국 1위였다. 최첨단 반도체의 일본 양산을 목표로 하는 라피다스 진출지 홋카이도 치토세 시도 3개 지점이 상승률 상위 10위에 랭크했다.
닛케이는 “반도체 기업의 일본 진출이 잇따르면서 일본 국내 관련 투자액은 2029년까지 9조엔 규모에 이를 전망”이라며 “새로운 고용이 생기면 지역에서 주택 수요나 소비가 활발해져 주택지 및 상업지 가격도 상승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장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가 지금과 같은 땅값 상승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동안 해외 투자자들은 일본의 저금리를 매력으로 느껴 일본에서 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해 왔다. 그러나 일본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넘어가면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부동산서비스업체 JLL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의 부동산 투자액은 전년 대비 4% 증가한 반면, 해외로부터의 투자액은 32.5% 줄었다. JLL은 “금리 상승에 대한 경계감으로 (해외에서) 일본의 부동산 물건을 매각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투자처로서 부동산의 매력이 희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가 강세 속에 투자자들이 부동산 아닌 다른 금융상품으로 눈을 돌리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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