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내수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제품을 헐값에 해외로 수출하면서 주요국들이 관세 장벽을 높이는 등 규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친중(親中) 국가들조차 “약탈적 영업”이라며 규제에 팔을 걷어붙이며 글로벌 무역 지형이 요동치는 양상이다.
26일 외신 등에 따르면 대표적인 친중 국가인 브라질은 업계 요청에 따라 중국산으로 인해 피해가 가장 큰 철강부터 화학제품·타이어 등 6개 분야에 걸쳐 반덤핑 조사에 들어갔다. 철강 업계는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9.6%에서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브라질은 러시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브릭스(BRICS)’의 일원으로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좌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집권한 후 양국 간 우호 관계는 더욱 깊어졌다. 하지만 값싼 중국산 상품이 쏟아지자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반덤핑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산 규제에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곳은 유럽연합(EU)과 미국이다. EU는 지난해 9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불법 보조금 조사를 벌였고 올 하반기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최근 전 세계에 알리·테무·쉬인 등 중국발(發) e커머스 공습이 시작되자 이들 e커머스 플랫폼에도 환경 부담금 등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미국은 1월 중국산 철강에 120% 이상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중국산 전기차의 범람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 업체로 등극한 비야디(BYD)가 최근 출시한 1000만 원대 소형 전기차 ‘시걸(Seagull)’에 대해 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전기차에 대해 총 27.5%)를 피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멕시코 등 제3국 공장을 통해 수출 기회를 모색하자 미국은 이를 직접 막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조시 홀리(공화·미주리) 미 상원의원은 지난달 28일 중국산 자동차 대상 관세를 현재의 27.5%에서 125%로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 미국은 멕시코를 압박해 중국산에 관세를 부과하는 전략도 꺼내 들었다. 멕시코는 이달 초 중국산 철강 공(鋼球) 제품에 3.68~12.35%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지 2주도 되지 않은 14일 중국산 철강 못에 대해 31%의 반덤핑관세를 추가로 매겼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멕시코의 연이은 반덤핑관세 부과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라면서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이런 제재가 추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중국 당국은 대미(對美) 수출의 교두보로 삼아왔던 멕시코가 중국산에 대한 반덤핑관세 품목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해 멕시코의 대미 수출액은 4756억 달러(약 631조 3000억 원)로 중국의 4272억 달러(약 567조 1000억 원)를 20년 만에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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