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지 와이어드가 최근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 테무가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고객 주문 1건당 평균 30달러(약 4만 원)를 손해 보고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와 호주·뉴질랜드에서는 연간 5억 8800만~9억 5400만 달러의 손실을 입고 있다고 추정했다. 사실상 밀어내기식 덤핑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 등은 스마트워치를 90% 할인한 2만 8000원대에 팔고 있다. 샤오미는 가격경쟁력에 품질까지 갖췄다. 로봇청소기와 드라이기·TV 같은 생활가전은 국내 시장을 장악했다. 중국은 하이엔드 시장뿐 아니라 배터리와 로봇 등 첨단 분야에서도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크게 좁혔다.
전문가들은 중국 플랫폼 업체와 저가 상품이 이마트 같은 국내 유통망을 붕괴시키고 제조업까지 초토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26일 “중국산이 국내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유통망 교란을 넘어 제조업에 영향을 준다”며 “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공급망 문제로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제조업에 대한 악영향은 이미 시작됐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국 해외 직구(직접구매)로 피해를 본 중기 32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7%가 중국 직구가 기업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일부 수입 업체는 매년 매출이 5% 안팎씩 줄고 있다.
현재 중국은 저가 공세를 통한 경쟁국 제조업 고사와 기술 경쟁을 통한 시장 압도 등 두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올 1~2월 중국의 수출액은 약 686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했다. 철강 수출은 8년 만에 최대다. 경기 둔화에 따른 재고 급증에 무차별적으로 수출을 늘리면서 글로벌 제조업을 붕괴시키고 있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달 초 양회에서는 국경 간 전자상거래 발전 촉진, 해외 물류창고 건설 확대 등이 강조됐다”고 전했다.
보다 못한 주요국들은 방어에 나섰다. 브라질은 중국산 철강과 화학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고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최 고문은 “정부가 중국산 제품 전반에 대해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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