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유엔 제재를 무시한 채 최근 해상으로 북한에 직접 정제유를 공급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와 함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 유조선 최소 5척은 지난 7일부터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항에서 석유제품을 선적하기 위해 이동했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017년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해 북한에 엄격한 정제유 반입 제한을 둔 이후 해상을 통한 대북 직접 수송의 첫 사례라는 게 FT의 설명이다. RUSI는 이렇게 몇 주간 보스토치니항을 통해 공급된 석유제품이 유엔 대북 제재에 따라 허용된 정제유 상한선 연간 50만 배럴의 4분의 1인 12만 5000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북한 선적이며 석유제품 운반선으로 등록된 이들 선박은 모두 보스토치니항에서 러시아 석유 회사가 운영하는 부두에 정박해 정제유와 같은 석유제품을 선적한 것으로 보인다. 그중 두 척은 이곳에서 북한의 청진항으로 이동한 것으로 위성사진으로 확인됐다.
위성사진으로 보스토치니항에서 포착된 북한 선박은 이달 7일 백양산 1호, 10일 월봉산호, 14일 금진강 3호, 22일 안산 1호 등이다. 이중 백양산 1호는 지난 13일 청진항에서도 촬영됐다.
조지프 번 RUSI 연구원은 “러시아 항구에서 본 선박은 북한의 최대 용량 유조선 중 일부로 이들은 항구를 계속 드나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들 중 몇 척은 유엔에서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선박이기 때문에 석유 수송은 고사하고 외국 입항 자체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석유 공급은 지난해 8월 북한이 러시아에 수천 개의 군수품 컨테이너를 공급하기 시작한 뒤 이뤄진 것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이 군수품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보고 있다.
휴 그리피스 전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조정관은 “붕괴 직전인 대북 제재 체제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라며 “이는 명백히 석유 대 무기 물물교환으로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서명한 (안보리) 제재를 대놓고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몇 년간 국제적 방해꾼에서 불법 국가가 되기까지 러시아의 궤적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