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구 인근 대형 교량이 26일(새벽) 대형 컨네이너 선박과 충돌해 붕괴했다. 이 사고로 다리 위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8명이 추락했으며 이 가운데 6명이 실종됐다. 다만 선박이 충돌 직전에 조난 신호(Mayday call)를 보냈고, 이에 따라 당국이 교량의 차량 통행을 통제하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CNN과 뉴욕타임즈(NYT) 등에 따르면 미국 동부 시간 이날 오전 1시 30분께, 동력 문제(Power issue)가 생긴 싱가포르 국적 대형 화물선인 ‘달리호’가 볼티모어 항구를 가로지르는 인근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를 들이 받아 교량이 완전히 무너졌다.
사고 당시 교량에는 도로 보수 작업을 하고 있던 8명의 인부가 있었으며 이 가운데 2명은 구조됐고, 6명이 실종돼 구조 당국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구조된 2명 중 1명은 심각한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교량과 충돌한 달리호 승무원 24명 중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당국 관계자는 “드론, 적외선 카메라, 소나 등 첨단장비를 투입해 실종자들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은 수심이 40~50피트(약 12~15m)에 달하고 조류도 강해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임스 월리 볼티모어 소방서장은 “수색작업은 다이빙 팀이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 현장에는 볼티모어 경찰 뿐 아니라 미국 연방수사국(FBI)도 투입됐다. FBI는 “테러와 연관이 있다고 의심할 신뢰성 있는 정보는 없다”고 전했다.
이날 사고 영상을 보면 달리호가 충돌 전 추진력을 잃고 교량 기둥 하나에 맥 없이 부딪혔고, 이 여파로 1.6마일(약 2.57km) 길이의 4차선 다리 전체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달리호가 충돌 직전에 조난 신호(Mayday call)를 보냈고, 이를 통해 당국자들이 사고 직전에 교량의 양쪽 끝에서 차량을 통제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조난 신호가 왔을 때 교량을 통제한 당국자들에게 감사하고, 이들이 영웅이다”며 “이들이 지난 밤 생명을 구했다”고 전했다.
실제 차량이 즉각 통제되지 않았다면 이번 사고와 관련된 인명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뻔 했다. 사고 발생 초기 볼티모어 소방당국이 “교량 위에 다수의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면서 대형 참사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참모들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연설에 나서 “고의적인 행동이 있었는지를 믿을만한 어떤 이유나 징후가 없다”면서 “지금까지 상황은 끔찍한 사고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6명이 여전히 실종된 상태라는 점을 언급하며 "실종자에 대한 수색 및 구조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 비상 상황에서 대응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연방 정부의 자원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사건 보고를 받은 후, 무어 주지사와 통화하고 피터 부티지지 교통부장관을 현장으로 급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조만간 직접 사고 현장을 방문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가능한 빨리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이날 “볼티모어 항은 미국의 가장 큰 해운 허브 중 한 곳”이라며 빠른 재건 의지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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