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은퇴 위기’를 경고하면서 65세의 퇴직 연령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에서 65세로 퇴직할 시기가 됐지만 비상금조차 마련하지 못한 이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인구 고령화로 정부 재정에 가해지는 압박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다.
핑크 회장은 26일(현지시간) 연례 주주 서한에서 “안전하고 충분한 퇴직금을 마련하는 것이 현재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경제적 과제 중 하나”라면서 은퇴 문제를 주요 주제로 다뤘다. 그는 “사회적으로 사람들이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돕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노력의 일부라도 여분의 세월을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쓰이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의료 기술 발전으로 인간 수명은 늘어나고 있지만 그에 따른 재무 계획은 전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퇴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에 투자와 자본시장 활성화를 제시했다. 그는 “사람들은 더 오래 살고 있고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기업이 사람들의 투자를 돕는 한 자본 시장이 이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다른 어떤 것도 자본주의처럼 많은 사람들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거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없다”고 덧붙였다.
퇴직 연령을 높이는 것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65세 은퇴 관념의 형성된 게 오스만 제국 시기며 현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제도를 찾아야 한다는 진단이다. 핑크 회장은 “누구도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더 오래 일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은퇴 연령인 65세라는 현재 기준은 오스만 제국 시대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좀 이상하다”고 했다.
핑크 회장은 “우리는 더 많은 사람이 장수하기를 원하지만 국가의 은퇴시스템에 미칠 막대한 영향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 은퇴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뿐만 아니라 은퇴 기간 또한 늘어졌다”며 “오늘날 부부가 모두 65세 이상인 경우 둘 중 한 명이 90세까지 사회보장연금을 받을 확률은 50%”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게 미국의 은퇴 시스템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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