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용부동산(CRE) 대출 부실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이 미국 지역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또다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초 실리콘밸리은행 등의 ‘도미노 파산’으로 불거진 미국 지역은행 건전성 우려가 올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은 26일(현지 시간) S&P글로벌이 △퍼스트커먼웰스파이낸셜 △M&T은행 △시노버스파이낸셜 △트러스트마크 △밸리내셔널뱅코프 등 미국 지역은행 5곳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S&P글로벌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미국 은행은 총 9곳으로 늘어났다. 이는 S&P글로벌의 평가 대상이 되는 전체 미국 은행의 18%에 이른다.
신용등급 전망이 강등된 미국 지역은행들의 공통점은 전체 대출에서 상업용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5~55%에 이른다는 것이다. S&P글로벌은 이번 조치에 대해 “상업용부동산 시장의 스트레스에 가장 많이 노출된 은행 5곳의 자산 품질과 성과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S&P글로벌은 “현재까지 이들 은행의 상업용부동산 대출에서 연체 등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지 않은 점은 긍정적”이라며 “대부분의 대출을 취급할 당시 보수적으로 담보 가치를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달 뉴욕커뮤니티뱅코프의 신용 위기가 터진 후 미국 지역은행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불안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상업용부동산 대출 부실로 큰 손실을 떠안은 뉴욕커뮤니티뱅코프는 스티브 므누진 전 미국 재무장관을 비롯한 복수의 기관투자가로부터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유치하면서 급한 불을 껐지만 부채 위기가 유사한 대출 구조를 가진 다른 지역은행들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S&P글로벌의 신용등급 강등이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시그니처은행 등의 연쇄 파산 사태 이후 1년 만에 이뤄졌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로이터는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차입 비용이 높아지고 사무실 공실율이 높아지면서 더 많은 대출 기관이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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