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이 젊은이들의 군 입대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병역 생활을 하면서 수능을 다시 준비하려는 N수생 및 반수생들이 서둘러 입대를 선택하면서 공군의 합격점이 급격히 치솟았다. 반면 의대생들이 현역병으로 지원하는 사례는 늘고 있어 군의관 감소 속에 신규 공중보건의마저 올해 처음으로 300명을 밑돌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년간 공군병 3~5월 입영자 선발 시험(일반기술)에서 2022년 2만 3083명이던 지원자 수가 올해 같은 기간 4만 1039명으로 77% 증가했다. 매년 11회가량 진행되는 공군병 선발 시험에서 3~5월 입영을 희망하는 지원자가 몰리는 것은 해당 월에 입대하면 1학기 복학에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4월과 5월 입영을 위해 치러진 2024년 1·2회차 시험에서는 일반기술병 합격 커트라인이 97점(105점 만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치러진 시험 중 가장 합격선이 높았으며 올해 1회차 시험의 경우 경쟁률이 9.1대1까지 치솟으며 최근 3년간 가장 높았다.
공군 입대 문턱이 확 높아진 이유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 등과 맞물려 군에서 수능 준비를 하면서 시간을 벌려는 예비 입대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 확대와 맞물려 이공계 커트라인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등 심리적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가능성은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공군 입대 수요가 폭발하는 반면 군의관·공중보건의는 감소하고 있다. 긴 복무 기간(3년)과 병사 월급 인상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병무청 ‘병무통계연보’ 최근 3개년(2022·2021·2020)을 확인한 결과 2018년 849명의 임관자를 배출한 의무사관이 2022년 695명으로 내려앉았다. 2023년 다시 700명대를 회복했지만 2019년 이후 증가세를 보이던 군의관 입영자가 2022년 처음으로 700명을 밑돌면서 이전 수준으로 회복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더욱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공중보건의사 수급이다. 군의관 선발 이후 남은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공보의를 선발하는데 전체 지원자 자체가 줄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중보건의는 2013년 2411명에서 지난해 1432명으로 979명 감소했다. 신규 진입자 또한 같은 기간 851명에서 449명으로 급감해 군 및 지방 공공의료 공백이 우려된다.
상황이 이렇지만 의료 현장에서 군 입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지난해 6월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젊은의사협의체 권익위원회가 실시한 ‘의료인 군 복무 형태 관련 인식 조사’ 결과 설문 대상 2177명의 의료인 중 73.1%가 육해공군으로 현역 복무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은 “지난해 현역병으로 입영하는 의대생이 2018년 대비 2배가량 늘었다”며 “공중보건의사가 해야만 할 일이 여전히 남아 있는데 감소 폭이 너무 빠르다”고 토로했다. 이어 “올해는 신규 공중보건의 숫자가 300명 미만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 2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전공의 파업의 여파로 의대 졸업자들이 대거 대학병원 인턴으로 계약을 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자 내년 신규 군의관 및 공중보건의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올해의 경우 군에서 필요한 소요를 충족해 선발을 완료했으며 이들이 4월 임관을 앞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의료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군 의료 인력 등에 대한 선발 계획 변경 검토가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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