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의 가치가 지난 34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마이너스 금리’ 탈피를 선언한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관측이 엔화 매도를 촉발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7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엔·달러 환율은 151.97엔을 기록했다. 이는 1990년 7월 이후 약 3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엔·달러 환율이 급등하다 이른바 ‘거품(버블) 경제’로 불리던 수준까지 치솟은 것이다. 엔·달러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달러화 대비 엔화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이는 일본의 통화정책이 당분간 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19일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끝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 폭이 0~0.1%로 크지 않은 데다 통화 당국도 당분간 완화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히면서 엔화 가치를 끌어 내리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미국과 금리 차이는 여전하다는 생각에 시장 참가자들이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산다는 의미다.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결정한 19일 전 엔·달러 환율은 149엔대에 있었다.
이날도 ‘매파’로 평가받는 다무라 나오키 일본은행 심의위원의 발언이 엔저의 재료가 됐다는 해석이 있다. 다무라 위원은 한 강연장에서 “천천히, 하지만 착실히 금융정책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며 “대규모 금융완화를 잘 마무리하려면 향후 통화정책의 고삐가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금리 인상에 적극적일 것으로 관측되던 인물이 의외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엔화 매도세를 불렀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시장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이날 “과도한 움직임에는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단호히 조처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외환 시장을 다소 안정시키면서 엔·달러 환율이 151.60엔대로 내려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