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맛’에 쓰던 중국 제품들이 어느새 기술력과 서비스까지 갖춰 글로벌 시장을 공습하고 있다. 조악한 ‘짝퉁’ 판매에 주력하던 중국이 이제는 저렴한 가격에 품질까지 좋은 제품을 만들어 고급 가전, 자동차, 로봇, 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분야를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중국 비야디(BYD)는 미국 테슬라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주하던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에선 중국 BOE가 점유율 1위를 차지해 충격을 줬다. 중국 전자업체 TCL은 LG전자를 제치고 TV 출하량 기준 글로벌 2위에 올랐다. 테무·알리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거액의 손실을 내면서도 터무니없는 저가에 중국 제품들을 해외시장으로 쏟아내고 있다. 내수 경기 악화로 쌓인 재고를 처분하기 위한 ‘덤핑 폭격’인 셈이다.
하이엔드 중국 제품의 무차별 공세에 국내 기업들은 속수무책이다. 값싼 인건비로 만든 중국산 저가품이 세계시장을 휩쓸었던 2000년대 초반 ‘1차 차이나 쇼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파괴력이다. 최근 ‘2차 차이나 쇼크’에서는 고품질·고성능에 서비스 경쟁력까지 갖추고 파격적 덤핑 가격으로 무장한 중국 제품들이 우리의 성장 기반인 첨단 제조업을 위협하고 있어서 대응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된 로봇청소기의 국내 점유율 1위 업체가 160만 원짜리 제품을 판매하는 중국 기업이라는 사실은 ‘메이드 인 차이나’의 위상 변화와 K제조업의 위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이대로 가면 중국산에 밀려 우리 제조 기반이 붕괴될 우려가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중국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와 관세 부과 등의 제재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중국 제조·유통업체의 공습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중국의 밀어내기 덤핑과 지금도 활개치는 ‘짝퉁’으로부터 우리 기업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기본 과제다. 무엇보다도 품질과 성능에서 중국산을 압도할 수 있는 세상에 없는 초격차 기술을 개발·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규제사슬 혁파와 세제·금융 등의 전방위 지원으로 우리 기업의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을 뒷받침해야 중국의 공습으로부터 K제조업을 지켜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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