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정체성 교육을 금지하는 ‘게이라고 말하지 말라(Don’t say gay)’ 법안으로 촉발된 미국 플로리다주와 디즈니 간의 소송전이 일단락됐다. 정치적 올바름(PC)을 두고 대립한 진보와 보수의 문화 전쟁이 휴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은 미국 플로리다주와 디즈니가 올랜도 지역의 디즈니파크 등을 포함하는 특별구역 통제권을 두고 약 2년 간 벌였던 법적 다툼을 끝내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중부 플로리다 관광 감독 지구 이사회가 27일(현지시간) 디즈니가 제안한 소송 합의안을 수용한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이사회는 플로리다 올랜도 지역의 디즈니파크 등이 있는 특별지구를 관할하는 기구다.
법적 다툼은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 정부는 이른바 ‘게이라고 말하지 말라(Don’t say gay)’ 법안의 입법을 시도했다. 이 법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에게 성적 지향에 대한 교육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디즈니는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냈다. 아울러 디즈니는 플로리다주에 정치자금 기부를 중단한다는 방침까지 내놓으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디즈니를 여러 차례 공격했고 디즈니 또한 그를 ‘반기업’ ‘반플로리다’라고 맞받아쳐 대립 전선을 이어갔다.
특히 이 과정에서 디샌티스 주지사가 이사회에 측근들을 임명하면서 법적 다툼으로 번졌다. 지난 50여 년 간 디즈니는 특구에서 건축, 화재 예방 등에 대해 폭넓은 자율권을 인정받았지만 새 이사진을 통해 디즈니 ‘특혜’를 중단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에 옮긴 것이다. 이에 디즈니는 이사회 교체 전 특구의 통제권을 유지하는 협정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대응했고 새 이사진들은 이를 무효라고 주장해 법정으로 다툼이 옮겨졌다. 하지만 최근 이사회 인적 구성에 변화가 생기면서 합의의 물꼬가 터졌다고 외신들은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내달 초 주주총회를 앞둔 디즈니가 큰 부담을 떨쳐냈다고 평가한다. 디즈니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회사를 향한 공격 강도를 높여가는 상황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디즈니는 투자자들에게 회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이번 합의로 세부 투자 계획을 세우는 데 장애물이 제거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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