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의 탄핵소추안을 철회했다가 재발의한 것을 수리한 김진표 국회의장의 행위가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탄핵안이 가결된 두 검사에 대한 심판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는 28일 대심판정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김 의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헌재는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됐다고 할지라도, 본회의에 상정돼 실제 논의의 대상이 되기 전에는 이를 발의한 국회의원은 본회의 동의 없이 탄핵소추안을 철회할 수 있다”며 “위 행위들을 다투는 권한쟁의심판 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즉 민주당이 탄핵소추안 발의를 보고했더라도 본회의 안건으로는 상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탄핵소추안은 국회법 제90조 제2항의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결국 헌재는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해당 탄핵소추안 철회 동의 여부에 대해 심의·표결할 권한 자체가 없고 민주당에 본회의 동의 없이도 해당 탄핵안을 얼마든지 철회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어 해당 탄핵소추안이 일사부재의(국회에서 한 번 부결된 안건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하지 못하는 것) 원칙에 위배되지도 않는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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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국민의힘이) 이 사건 수리행위로 인한 권한 침해를 다툴 수 없게 된 이상, 탄핵소추안 철회 효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국회법 92조의 ‘부결된 안건’에 적법하게 철회된 안건은 포함되지 않아 동일한 내용으로 발의된 탄핵소추안은 적법하게 발의됐다”고 짚었다.
앞서 지난해 11월 9일 민주당은 이 전 위원장과 이 검사, 손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국회에 보고한 뒤 하루 만에 이를 철회했다.
탄핵안은 국회법에 따라 보고 후 72시간이 지나기 전에 표결하지 않으면 폐기되는데 민주당은 본회의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되자 철회하고 곧장 재발의를 추진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김 의장이 해당 철회를 받아들이자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같은 해 11월 30일 민주당이 재발의한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됐다. 다만 이 전 위원장은 탄핵안 처리 전 사퇴해 두 검사에 대한 탄핵안만 12월 1일 국회를 통과했다. 헌재는 두 검사에 대한 탄핵 심판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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