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이 28일 12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수도권 출근길 대란이 벌어졌다. 극적인 협상 타결로 파업은 11시간 40분 만에 수습됐지만 전공의 집단 사직에 이어 시내버스까지 멈춰서면서 총선을 앞두고 시민을 파업의 볼모로 삼는 행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4시 첫차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가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의 막판 임금협상이 타결되면서 오후 3시 20분께 파업을 종료했다. 전날 협상 결렬 후 서울시가 중재에 나서면서 극적 합의가 이뤄졌다. 양측은 △임금 4.48% 인상 △명절수당 65만 원 신설에 합의했다. 시는 이번 합의로 약 600억 원의 추가 재정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노조는 인천·경기에 비해 서울 시내버스 임금 인상 폭이 작아 인력 유출이 심각하다며 시급 12.7% 인상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최근 5년 물가상승률·임금인상률과 비교하면 두 자릿수 인상은 과도하다며 2.5% 인상을 제시하면서 갈등을 빚었으나 결국 4.48%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이달 26일 재적 조합원 88.5%의 찬성률(조합원 수 대비 98.3%)로 파업안이 가결된 상황에서 최종 협상이 결렬되면서 파업은 현실화됐다. 전체 서울 시내버스(7382대)의 97.6%에 해당하는 7210대가 운행을 멈췄다. 노조 파업은 20분간 부분파업이 진행됐던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지하철 출퇴근 시간대 운행을 1시간 연장하고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등 비상 수송 대책에 돌입했다.
협상 타결로 이날 오후 3시 40분부터 시내버스 운행이 정상화됐지만 예상치 못한 파업에 시민들은 극심한 출근길 혼란에 휩싸였다.
사당에서 양재로 출근하는 시민 이 모(28) 씨는 “시내버스 파업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정거장에 나온 뒤에야 버스가 없어진 것을 알고 봉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날 2024년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기 위해 등교하던 학생들도 불편을 겪었다.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전공의 공백에 버스 파업까지 겹치면서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무고한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 모 (32) 씨는 “의료인들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일을 손에 놓아 국가적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시민의 발’이 돼주는 버스까지 파업해 실망이 크다”며 “이러다 노조들이 자신들이 내건 조건을 사측에서 들어주지 않으면 쉽게 파업을 하는 ‘습관적 파업’이 유행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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