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부터 시작되는 기독교의 부활 주간을 더욱 뜻깊게 해줄 바흐의 ‘마태수난곡’ 공연이 세계 정상급 카운터테너 필립 자루스키와 함께 펼쳐진다. 다음달 내한을 앞두고 서면으로 만난 자루스키는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에 영성과 아름다운 느낌을 느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시간을 갖고 침묵을 지키며 잠시 이 혼란스러운 세상과 단절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일”이라며 바흐 종교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바흐가 1727년 작곡한 마태수난곡은 마태복음 26~27장을 기반으로 예수의 수난기를 그려낸 대곡이다. 요한수난곡과 함께 바흐의 양대 수난곡으로 꼽히는 이 곡은 1829년 멘델스존이 다시 무대에 올려 크게 주목받았다. 자루스키는 “제 목소리는 더 낮은 음악대가 필요한 요한수난곡보다 마태수난곡에 더 어울린다”며 “무대에 서는 저에게도 강렬한 영적 여정”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곡의 알토 파트는 여성이 맡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공연은 카운터테너인 자루스키가 맡는다. “여성보다 가볍고 때로는 더 연약한 소리를 낸다”고 자평한 자루스키는 “알토 아리아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를 위해 6개월 이상 작업 중으로, 후회의 강렬한 표현과 극적인 면을 기악적 접근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바흐의 높은 난이도에 “바흐의 음악적 완벽함 앞에 항상 제 자신의 불완전함이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자루스키에게 카운터테너에 대해 묻자 “목소리 색깔이 매우 선명하고 맑고 미묘해서 천사처럼 노래한다고 이야기한다”며 “지금은 온몸으로 더 많이 노래하며 다양한 색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자루스키는 올해 마크-앙드레 달바비의 ‘멜랑콜리 드 라 레지스탕스’에 도전한다. 그는 고음악과 낭만주의, 현대음악, 재즈 뿐 아니라 지휘까지 하는 다재다능한 음악가다. 자루스키는 “저는 제 자신을 가수가 아니라 뮤지션이라고 생각한다”며 “피아노 리사이틀도 더 많이 하고 싶고, 제 목소리가 살아 있는 작곡가들에게 영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분된다”고 밝혔다.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원전 연주와 함께 하는 이번 내한공연은 다음달 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5일 통영국제음악당, 7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 “2014년 첫 내한 당시 큰 감동을 받았다”는 그는 “한국에서 바흐를 공연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명받았고, 이번 공연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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