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주식 등 투자 열풍이 식지 않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관련 사기 범죄도 늘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해 번 돈을 투자하는 사회 초년생들부터 쌈짓돈 내놓는 노인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사기꾼들의 음흉한 손길에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이에 금융감독원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9월 25일부터 올해 3월 24일까지 ‘투자리딩방 불법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에 나선 바 있습니다. 올 1월 25일에는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한 규제 체계를 강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시행을 앞두고 있기도 합니다.
서민 울리는 투자사기, 서울경제신문이 그 실태를 살펴봤습니다.
서민 울리는 투자사기…늘어나는 범죄율
투자리딩방 등을 통해 투자자들을 기망하며 범죄수익을 올리는 사기 조직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관련 피해 접수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관련 피해 민원 접수 건수가 2022년 기준 최근 5년 동안 증가세를 보였다. 2018년 906건이었던 민원 신고 건수가 2021년 3442건으로 폭증했다가 2022년 3070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범죄도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11만 2000건의 사이버사기 범죄 건수가 2022년 15만 5715건으로 증가했다.
투자리딩방 불법행위는 원금보장·고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며 전화나 문자 메시지, 또는 SNS 등으로 개인에게 접근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 오픈 채팅방에 참석하게 유도한 후 바람잡이로 선동하며 거짓 정보를 제공하거나 거짓으로 만든 홈트레이딩 시스템 화면을 보여주면서 속이는 등 수법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속였다.
“상장한다” 속여 투자자 유도…언론 광고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김태현 대장)는 지난 26일 543명을 속여 175억 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올린 비상장주식 판매 사기 조직 총책 A 씨 등 45명을 검거하고 이 중 4명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리딩방 투자사기 범죄 집단’을 조직한 후 ‘바지사장’ 명의로 유령 기업상장 컨설팅 회사를 세우고 범행에 나섰다.
이들이 앞세운 허위 상장회사는 고성능 전기모터 전문기업을 표방하는 ‘비상장’ 주식회사 B였다. 총책 A 씨는 B 회사 대표와 결탁해 마치 해당 회사가 상장을 앞두고 있는 것처럼 홍보하며 투자를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위조된 상장 청구심사 승인서와 기업정보 등이 제공됐으며 ‘B 회사, 인도네시아 시장 본격 진출’, ‘B 회사, 북미 시장에 전기모터 5만 개 계약’ 등 광고까지 게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B 회사는 실제 상장 계획이나 사업 운영 실적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짜 홈트레이딩시스템(HTS)로 ‘깜빡’ 속여…리딩방 ‘봇질’도
투자리딩방을 통해 허위로 매매 시기 등을 알려주면서 투자를 유도해 169명으로부터 약 90억 원을 갈취한 조직도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동부지검 사이버범죄수사부(김영미 부장검사)는 사설 HTS를 공급·운영하고 범죄수익금을 세탁해 유용한 불법 선물거래 조직 32명을 검거하고 추적 중인 2명을 제외한 30명을 기소했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투자자들을 눈속임하기 위해 마치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는 HTS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정상 업체인 것처럼 보이게 홈페이지도 구축해 운영해왔다. 이들 조직이 운영한 프로그램은 일정 시간마다 자동으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PC 화면을 캡처하는 기능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그램 운영 조직은 캡처된 화면을 통해 회원 가입을 원하는 피해자들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전문 투자자로 보이는 신청자를 배제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조직원들이 직접 리딩방에 참가하면서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이른바 ‘봇질’을 하며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명인 사칭 범죄 횡행… 연예인들도 문제 해결 촉구 나서
지난해 말부터 유명인 사칭 사기범죄가 페이스북과 유튜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9~12월에만 유명인 사칭 사기를 포함한 투자 리딩방 불법 행위 피해 건수가 1000건 이상 접수됐다. 피해액은 1200억원대에 달했다.
이에 일명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 해결을 위한 모임’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에 대한 정부의 해결 노력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미경 강사, 개그맨 송은이·황현희 씨,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전 대표 등이 참석했다. 회견에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개그맨 유재석 씨를 비롯해 137명이 성명서에 동참의 뜻을 밝혔다.
성명서를 대표로 낭독한 김미경 강사는 “최첨단 테크 기술을 가진 세계 최고의 플랫폼 기업들은 현재 범죄 광고를 사전에 필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며 “지금 시스템에서는 누구나 돈을 쓰면 광고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온라인 플랫폼에서 사칭 피싱 범죄는 당장 멈추게 할 수도, 처벌할 수도 없다”며 “온라인 플랫폼은 현재 광고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덧붙였다.
‘상장예정’, ‘단기간 고수익’에 속지 말아야
경기 침체 상황에서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유인해 서민들의 고혈을 빨아 먹는 사이버 사기 피해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투자리딩방’ 등을 통해 투자 정보가 불분명한 비상장 주식 투자를 유도하거나 허위 정보를 유포해 투자를 이끌어내는 사기 수법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경찰은 “공인된 투자자문업체가 아니거나 투자 권유 과정에서 ‘상장예정’, ‘단기간 고수익’ 등 투자자를 현혹하는 문구를 사용하는 경우 반드시 정상적인 투자계약인지 의심해야 한다”면서 “제도권 금융회사 인가 여부를 확인하는 등 투자 과정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인가 투자업체 여부는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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